하락하는 전세가율...'빨간불' 켜진 갭투자

입력 2021-03-2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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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매매가격을 맹추격하던 전셋값이 진정세를 보이면서 전셋값과 매매가의 격차가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 노원구 일대 아파트 밀집지역 전경.  (사진 제공=연합뉴스)
▲아파트 매매가격을 맹추격하던 전셋값이 진정세를 보이면서 전셋값과 매매가의 격차가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 노원구 일대 아파트 밀집지역 전경. (사진 제공=연합뉴스)

아파트 매매가격을 맹추격하던 전셋값이 최근 진정세를 보이면서 전셋값과 매매가의 격차가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에선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을 예상하고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 매입)에 나선 이들의 설 자리가 좁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대로 지방은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높아 갭투자가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 두달 연속 하락세

2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70.6%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 임대차2법(전월세 상한제·계약갱신청구원) 시행 직후부터 12월(70.9%)까지 줄곧 오르던 전세가율은 올들어 1월(70.8%)과 2월 두 달 연속 하락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58.54%로 전달(58.52%)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지방 역시 전달과 같은 75% 수준을 보였다. 반면 수도권은 66.5%→66.0%로 떨어졌다. 경기도에선 과천이 49.3%를 보이며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의 절반 밑으로 미끄러졌다. 지난해 10월 75.8%까지 치솟았던 경기도 고양시(72.3%)의 전세가율은 넉 달 연속 하락했다.

전세시장은 지난달부터 숨고르기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0.15% 오르며 상승폭(0.19%)이 한 달 전보다 0.04%포인트(p) 줄었다. 같은 기간 수도권, 지방, 서울 등이 일제히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폭이 축소됐다.

전세가율이 가라앉으면서 시장에선 줄고 있는 갭투자가 더 위축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갭투자는 전세가와 매매가 차이가 적을 때 늘어난다. 전셋값이 뛰면 그만큼 매매비용이 줄기 때문이다. 과거 서울에선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전셋값은 높은 외곽에서 갭투자가 많았다.

전세가율 가라앉자... 갭투자자 울상

최근 서울에선 높은 전셋값에 갭투자로 집을 매입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주택자금조달계획서상 임대 목적 보증금 승계(갭투자)' 자료에 따르면 작년 6월까지 40%대를 유지했던 서울 갭투자 비율은 임대차법 시행 후인 지난해 9월 16.6%로 하락했다. 작년 12월 39.5%를 찍은 뒤 지난달 40.3%로 다시 급증했다. 주택 가격 전망이 불확실하자 기초투자를 목적으로 부동산을 보유하려는 실수요자의 매매가 많았다는 게 김 의원의 분석이다.

그러나 이달 들어 수도권 전역에서 전세 매물이 쌓이고 가격이 많게는 억대로 떨어지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치솟을 줄 알았던 전셋값이 진정세를 보이면서 갭투자들 발등엔 불이 떨어졌다. 실제 온라인 부동산 카페에는 "갭투자로 이미 계약을 했는데 전세가 나가지 않고 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전세 호가를 이미 내린 경우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예상보다 많은 금액이 매매비용으로 들어갈 경우 전세 끼고 집을 산 사람들이 자금난에 빠질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통상 전세가율이 내려가는 건 전셋값이 하락하거나 전셋값이 오르는데도 매매가 상승폭이 너무 커 전셋값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경우"라며 "최근 주택시장 흐름상 투자자든 무주택자든 갭투자를 하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방에선 전세가율 높아…갭투자 다시 고개드나

전세가율이 고공행진 중인 지방에선 갭투자가 되레 성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파트 전세가율이 전국 평균치보다 높은 지역들이 적지 않아서다. 지방에선 충남(78.4%), 천안(78.3%), 전남(78.4%), 경북(78.7%), 경남(74%), 대구(72.2%), 울산(73.1%) 등이 전국 평균치(70%)를 웃돌고, 전북(82%), 청주(81.5) 등은 80%를 넘어선다. 수도권에서도 이천(81.3%)ㆍ동두천시(82.5) 등이 80%를 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방 전세시장의 특성상 전세수요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윤 연구원은 "지방 전세가율이 높은 건 매매 상승폭이 그만큼 더디기 때문"이라며 "투자자의 경우 전세가율이 80%를 넘는다고 해도 취득세 등 거래세가 높아 갭투자로 시세 차익을 얻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도 "지방은 지역경제 상황이나 입주 물량에 따라 전세시장이 쉽게 휘청일 수 있다"며 "전세가율이 높다고 해서 지방 소도시에서 섣불리 갭투자에 나설 경우 매매ㆍ전셋값 하락 시 자금난에 빠져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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