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공개] 영 안 서는 고위공직자 다주택 처분령…여당 의원도 버티기 모드

입력 2021-03-25 00:00 수정 2021-03-2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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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고이란 기자 photoeran@)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고이란 기자 photoeran@)
다주택자 고위공무원들에게 집을 한 채로 줄이라는 정부 호령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 다주택자 여당 의원들도 집을 팔지 않고 버티고 있다.

정부가 24일 공개한 고위공직자 재산 내역에 따르면 장상윤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은 서울 동작구와 경기도 파주시, 일산신도시 등 세 곳에 아파트를 갖고 있다. 같은 국무조정실 백일현 정부업무평가실장(서울 강남구ㆍ세종시)과 김혁수 대테러센터장(경기 성남시ㆍ일산신도시)도 재산으로 각각 집 두 채를 신고했다.

이 같은 실정은 정부가 천명한 고위공직자 다주택 처분 원칙과 어긋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해 "고위공직자(2급 이상) 중 다주택자는 하루빨리 매각할 수 있게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실상은 총리 직할인 국무조정실에서도 총리의 영이 제대로 서지 않는 셈이다. 공직자 재산 관리를 맡는 주무부처인 행정안정부에서도 한창섭 정부혁신조직실장 등 다섯 명이 주택을 두 채 이상 소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다만 투기와의 정책을 이끌고 있는 청와대와 국토교통부 본부에선 다주택자 고위공직자가 한 명도 없었다.

정부 산하기관에서도 다주택 처분 명령 약발이 안 먹히긴 마찬가지다. 국토부 산하기관에서조차 권태명 SR 사장과 정왕국 한국철도공사 부사장이 2주택자로 나타났다. 분당아파트를 갖고 있던 윤종원 중소기업은행장은 지난해 서울 중구에 주상복합건물을 매수했다. 분당아파트는 처분 중이었고 현재는 매도를 마쳤다는 게 기업은행 측 설명이다. 해양수산부에선 한국수산자원공단과 한국해양수산연구원 등 대부분 산하기관장이 다주택자로 조사됐다.

여당 다주택자 의원들도 버티기 모드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 39명이 여전히 집과 건물을 두 채 이상 보유하고 있다. 여당 의원 중 가장 주택이 많은 사람은 문진석 의원으로 본인과 부인 이름으로 충남 천안과 아산에 오피스텔과 아파트, 주상복합건물 등 4채를 갖고 있다. 김회재, 양향자 의원 등도 2주택자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총선 과정에서 의원들부터 1가구 1주택 원칙을 세우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야당에선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이 경북 울진과 서울 양천구 목동 등에 건물과 주택 네 채를 갖고 있어 건물 수가 가장 많았다.

한편 투기 논란이 일고 있는 3기 신도시 예정지에 토지를 보유한 공직자는 박성재 이북5도청 황해도지사와 최성호 방송통신위원회 사무처장, 박현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등 세 명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들이 보유한 토지는 수십 년 전 샀거나 상속받은 땅이어서 투기와는 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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