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텔 파운드리 진출, 흔들리는 삼성 반도체

입력 2021-03-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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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반도체 기업인 미국 인텔이 200억 달러(약 23조 원)를 투자해 애리조나주에 새로 파운드리(위탁생산)공장을 짓고 이 시장에 진출키로 했다. CPU(중앙처리장치) 등 시스템반도체를 장악하고 자체 수요의 제품생산에 주력했던 인텔이 파운드리에도 직접 뛰어드는 것이다. 세계 파운드리 1· 2위인 대만 TSMC, 한국 삼성전자와 본격 경쟁하겠다는 선언이다.

인텔의 파운드리 진출은 급속히 커져가는 이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아시아 기업이 강세인 반도체 패권경쟁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그동안 인텔은 칩 설계에서 확고한 우위를 지켜왔지만 공정개발 등 생산의 어려움이 컸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적극적인 반도체 자립정책과 지원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반도체 패권을 되찾아 인텔 중심의 산업 생태계를 재구축하겠다는 의도다. 인텔은 앞으로 대부분의 제품을 내부에서 생산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협력관계인 IBM도 인텔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으로, 미국의 반도체연합 구도로 진행하는 양상까지 나타난다.

인텔의 기술력과 시장 위상을 감안할 때 세계 반도체 시장을 흔들고, 우리 삼성에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인텔은 파운드리 고객사로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퀄컴, 애플 등 대표적 정보기술(IT) 업체들을 끌어올 것이라고도 밝혔다. 삼성의 주력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도 겹치는 사업영역까지 겨냥한다는 얘기다.

인텔이 단숨에 파운드리 공정기술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 해도, 시장의 중대 변수인 것은 틀림없다. 현재 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TSMC가 점유율 56%를 차지하고, 2위인 삼성이 한참 밀린 18% 정도다. 삼성은 뒤늦었지만 공격적인 투자로 파운드리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공정기술에도 불구하고, 아직 생산능력이나 규모의 경제, 고객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제 인텔까지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삼성의 입지도 더 힘들어지게 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삼성이 반도체 주도권을 지켜나갈 방도는 과감한 투자와 글로벌 인재 확보를 통한 초(超)격차 유지다. 그동안 경쟁력 유지의 동력이었다. TSMC의 올해 설비투자는 최대 280억 달러 규모로 작년보다 60% 이상 늘어났다. 현재 미국 애리조나와 대만에 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도 텍사스에 170억 달러 규모의 공장 증설을 논의 중이다.

그럼에도 삼성이 직면한 전례없는 위기가 간단치 않다. 총수가 부재한 상태에서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의 재판으로 수감돼 경영의 최대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다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는 반도체시장에서 삼성이 장기화하는 리더십 공백으로 흔들리는 상황이 정말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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