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쿠팡·로젠 택배기사 과로사…과로사 문제 소홀 지적
정부가 올해 산업재해 근로자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주사고 요인인 건설·제조현장 추락·끼임사고 예방을 핵심으로 하는 산재사망 사고 감축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는 현재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 대책을 찾아 볼 수 없어 정부가 과로사 문제를 소홀하게 여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25일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한 ‘2021년 산재 사망사고 감소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산재 사망사고 비중이 74%에 달하는 건설·제조현장의 추락 및 끼임사고와 함께 지난해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 화재 등과 같은 화재·폭발 사고를 막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우선 정부는 건설현장의 사망사고 예방을 위해 100억 원 이상 대규모 건설현장(약 8000곳)에 대해 본사가 자체적으로 안전관리를 하도록 하되, 반복(2년 연속) 사망사고 발생 시 본사 및 소속 전국현장 동시 특별감독을 실시한다.
최근 3년 내 사망사고 발생업체가 시공하는 현장이나 하위등급 평가를 받은 기술지도기관이 지도하는 현장 등은 순찰 점검 및 감독을 집중 실시하고, 사망 사고가 잦은 1억 원 미만의 초소규모 건설현장 약 15만 곳에 대해서는 기술지원 및 재정지원을 대폭 확대한다.
제조업의 사망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프레스 등 끼임사고 위험기계를 보유한 100인 미만 사업장(5만여 곳)을 우선 밀착 관리한다. 폭발사고 등 화학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모든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을 대상으로 현행법상 시설기준에 적합한지 검사를 해 노후하거나 위험한 시설에는 개선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이밖에도 최근 사망사고가 증가하고 있는 벌목·태양광설비 시공작업, 배달종사자 이륜차 운전 등의 위험작업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내년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 준수 가이드라인 마련 등에 나선다.
이를 통해 정부는 올해 산재 사망자 수를 전년(882명)보다 20% 이상 감축한 700명대로 줄이고, 내년까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이행 목표치인 500명대(2016년 대비 절반 감축)로 낮춘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기존대책을 재탕·삼탕하는 것에 그치고 무엇보다도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를 위한 처방전이 없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비대면 활동 확대로 택배 물량이 급증하면서 과로사로 숨진 택배기사가 10여명에 이른다. 이에 정부는 작년 11월 심야배송 제한, 분류작업 개선 등의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 대책을 내놨지만 올해 들어 쿠팡 택배기사, 로젠 택배기사 등이 업무 과로로 숨지는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이번 대책에는 현재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택배기사 과로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언급이 없어 정부가 과로사 문제에 소홀히 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과로사 방지 대책이 나왔음에도 계속해서 과로사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대책에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보여주기식 보다는 과로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국회 중심으로 만들어진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 사회적 대화 합의기구를 통해 관련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최근에 발생한 택배기사 과로사 등에 대해 정부 차원의 실태점검과 더불어 제도 개선 방안 마련에 나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