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투기 방지책 마련한다지만… 여전히 '구멍 숭숭'

입력 2021-03-25 16:07 수정 2021-03-2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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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23일 '모친 명의 땅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경기도 하남시의회 김은영 의원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2021.3.23 (연합뉴스)
▲경찰이 23일 '모친 명의 땅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경기도 하남시의회 김은영 의원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2021.3.23 (연합뉴스)
정부ㆍ여당이 이르면 이번 주말 투기 등 부동산시장 교란 행위 방지책을 발표한다. 처벌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여전히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나온다.

투기 차익 5배 벌금 물리고 공직자 재산 공개 대상 확대

정세균 국무총리는 25일 정례브리핑에서 "공직자들의 불법 투기행위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혁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달 중 대책을 발표하고 국회와 긴밀히 협력해서 빠른 시간 안에 개혁을 이루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르면 28일 투기 근절 방안을 협의, 발표하기 위한 당ㆍ정ㆍ청 협의회가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번에 나올 대책 핵심은 투기 등 시장 교란 행위에 관한 처벌 강화다. 국회는 이미 24일 미공개 정보를 투기에 이용한 공직자에게 최고 무기징역형까지 구형할 수 있도록 하고, 투기 차익은 그 3~5배를 벌금으로 환수하도록 법률 개정을 마쳤다. 정부 안에선 여기에 더해 부동산시장 교란 행위를 저지른 자는 토지ㆍ주택 관련 기관 취업과 공인중개사, 감정평가사 등 부동산 관련 자격증 취득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공직자 재산 공개 범위도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날 국회가 부동산 정책 관련 공직자와 공공기관 임직원의 재산 등록을 의무화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이를 모든 공직자로 확대하려 한다.

'3기 신도시 소급적용' 쏙 빼고…솜방망이 처벌 우려
'이해충돌방지법'도 지지부진…업계 "실효성 의문"

다만 일각에선 여권이 추진하는 투기 근절 방안에 허점이 많다고 느낀다. 소급적용 배제가 대표적이다. 애초 여당에선 공공주택 특별법과 한국토지주택공사법에 소급 처벌 조항을 넣어 이번에 투기가 적발된 공직자까지 처벌하려 했으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며 소급 처벌 조항은 삭제됐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토위에선 소급이 어려운 것으로 해석했지만 입법적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결국 소급 처벌 조항은 입법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번 투기 사태 발단이 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에겐 투기 차익을 몰수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는 뜻이다.

공직을 투기에 이용한 정치인에 대한 처벌 방안도 아직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이를 처벌할 이해충돌방지법이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서다. 현재 세종 등에선 지방의원들이 자기 소유 토지 가치를 높이려 예산 심의권을 악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민주당은 이해충돌방지법 입법을 4월로 미뤄두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현행 법으론 부동산 취득 목적이 투기용인지 실거주 목적인지,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는지 아닌지 가려내기 힘들다"며 "공직자가 토지를 취득할 때 사전에 심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LH 혁신 방안도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는 "LH 혁신 방안에 대해선 현재 정부 부처에서 충분히 의논을 하고 있다"며 "3월 말이나 4월 초엔 혁신안을 국민들께 보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LH 조직을 토지 공급과 신도시 조성 등 기능별로 분리하거나 대다수 권한을 지방 공기업으로 이전하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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