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벤처붐의 숨은 주역 액셀러레이터] ⑤ 더벤처스, 임팩트 투자 강점...동남아 진출 특화

입력 2021-03-2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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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기업수 세계 6위, 벤처투자 4.3조 원.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도전 정신으로 가득 찬 ‘제2의 벤처붐 시대’가 열렸다. 창업생태계를 조성한 데는 ‘액셀러레이터’들의 역할이 컸다. 창업기업을 직접 선발하고 보육, 투자해 성장을 돕는 액셀러레이터 제도가 도입 5년차를 맞았다. 2017년 53개사로 시작해 2020년 3분기 기준 290개사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총 1703개의 창업 초기 기업에 2253억 원을 투자해 영양을 공급했다. 제2의 카카오를 꿈꾸는 스타트업의 든든한 후원자, 액셀러레이터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사업은 종결점이 없어 긴 호흡으로 가야 한다. 엑시트ㆍIPO(기업공개)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비즈니스 자체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으로 가치를 만들어내는 회사가 오래간다. 사회에 도움되지 않으면 반짝 돈은 벌 수 있더라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

2014년에 설립한 더벤처스는 커뮤니티ㆍ임팩트 투자에 강점을 둔 액셀러레이터다. 초기 기업들이 현실적인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셀파’ 프로그램을 비롯해 네트워킹, 입주공간, 교육 컨설팅 등을 제공한다. 지난해부터는 글로벌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 커뮤니티 주도형 투자 프로그램 ‘임팩트 컬렉티브’를 시작했다.

김철우 대표는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로 대면 미팅이 취소되면서 기존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ㆍ커뮤니티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했다”라며 “‘임팩트 컬렉티브’는 일반 대중, 투자자, 소비자, 산업별 전문가 등 다양한 활동가들이 스타트업을 함께 육성하는 집단지성 투자 프로그램으로 기업 평가, 주요 의사 결정까지 함께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더벤처스는 동남아 스타트업 발굴 및 육성에도 특화돼 있다. 한국기업의 동남아 진출을 지원하거나 동남아에 있는 회사를 육성하는 방식이다. 싱가포르, 베트남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진출 지역도 확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한국도 여전히 좋은 시장이지만 얼리스테이지(초기단계)로서 추후 폭발적으로 성장할 시장은 동남아 시장이고 현재 우리나라와 4~5년 기간을 두고 빠르게 따라오고 있다”며 “가령 말레이시아에서는 이제 막 ‘파킹스퀘어’와 같은 주차서비스가 도입되고 있는데 앞으로 한국과 비슷한 시장이 조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창업 성공을 위한 중요한 요소로는 ‘맷집’과 ‘성향 파악’을 꼽는다.

그는 “스타트업은 365일 중 364일이 괴로우므로 창업자의 맷집이 얼마나 좋은지가 중요하고 본인의 성향에 따라 맞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며 “성공사례를 대중매체를 통해 접하다 보니 나와는 안 맞는 철학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100개의 회사가 있으면 100개의 성공사례가 있으므로 나와 맞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창업자는 심리적으로 외롭고 안될 것 같다는 자괴감이 들 수밖에 없는데 그때 옆에서 공감해주고 위로해주는 게 액셀러레이터의 역할”이라며 “모든 그림을 그려주고 방향을 제시하는 건 오만한 생각이고 우리는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실수와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더벤처스는 올해 동남아 투자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올해 한국을 비롯해 동남아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인데 유니콘이 될 수 있는 버티컬(특정) 카테고리에 글로벌 시장이란 앵글이 더해지면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며 “동남아와 한국기업의 아시아 진출을 돕는 게 가장 큰 목표이며 최종적으로는 아시아 스타트업의 게이트웨이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혼인신고를 하면 가족 관계 증명서에 상대방의 이름이 올라가는 것처럼 투자를 받으면 주주명부에 투자자의 이름이 올라가기 때문에 돈에도 이름이 있다”라며 “이름의 무게가 무겁기 때문에 나를 끌어 줄 수 있는 투자자인지 판단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더벤처스 피투자사 최준영 오더스팟 대표

▲최준영 오더스팟 대표.
▲최준영 오더스팟 대표.

“지난해 5월 코로나로 미국은 실내 취식을 완전히 금지했다. 앞선 3월 신규 직원 13명을 고용한 레스토랑이 있었다. 2개월 만에 해당 직원을 모두 해고해야 하는 등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우리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매출 회복에 성공했다. 이때 사업에 대한 보람과 확신을 느꼈다.”

오더스팟은 소상공인 레스토랑이 온라인 스토어를 5분 안에 개설해 음식을 판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계 최대 외식시장인(800조 원) 북미를 대상으로 한 만큼 2020년 5월 베타 서비스 출시와 함께 매출은 월간 30% 성장했다. 빅데이터 분석으로 고객 맞춤형 메뉴를 제시하고 간편 주문, 결제까지 한 번에 가능하다.

최준영 대표는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작년 미국에서 우버이츠나 포스메이츠 등 배달 플랫폼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레스토랑은 줄었는데 배달 플랫폼 수수료로 마진이 크게 내려간 영향”이라며 “이후 ‘내 주문 채널을 가지고 직접 스토어를 운영하는 게 중요하다’라는 인식이 생겼고 이는 실적 호재로 이어졌다”라고 분석했다.

배달 플랫폼과 오더스팟의 가장 큰 차이는 고객에 대한 맞춤형 정보 제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가령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주인은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어떤 손님이 오는지, 무슨 메뉴에 관심이 있는지, 어느 요일을 선호하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받을 수 있다. 또 해당 정보를 토대로 고객에게 맞춤형 쿠폰을 제시하는 등 혜택을 줄 수 있다. 스마트폰 QR코드를 통해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최 대표는 “레스토랑은 사실 인간미가 있는 분야인데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도 막연히 ‘기술만 있으면 다 될 것 같다’라는 마음이었다”라며 “그러나 실제로 레스토랑 안에 들어가서 그들이 치열하게 운영하는 모습을 보면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데 함께 설거지도 하고 인터넷 선도 연결하는 등 현장에서 함께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 사업 아이템을 구상할 당시에는 한국의 호출벨을 미국에서 판매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버튼을 눌러서 사람을 부른다는 것에 대해 미국 정서와 맞지 않았다. 또 호출벨을 사용하더라도 인력 부족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방황하던 차에 더벤처스를 만났고 피벗(사업 방향 전환)에 대한 조언이 투자로 이어졌다. 개발자 네트워크 형성에도 도움을 받았다.

그는 “지금까지는 운영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우리 솔루션을 추구하는 데 집중했었다면 이제는 지금까지 모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솔루션을 개발할 계획”이라며 “레스토랑이 고객과 직접적인 관계를 형성해 단골손님으로 전환될 수 있는 인센티브를 드릴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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