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매년 연구·개발(R&D) 지출을 늘리며 치열한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비롯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열중했는데, R&D 실적에서도 이러한 노력의 흔적이 드러난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SK하이닉스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20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총 16개의 연구개발 과제를 마쳤다.
3년 전인 2017년 연구개발 실적(6개)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8년 7개, 2019년 9개 등 SK하이닉스의 연구개발 실적은 매년 꾸준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무형자산을 포함한 연구개발비엔 총 3조4821억5500만 원이 투입됐다. 2019년과 비교하면 약 3000억 원 늘어났고, 2018년에 비하면 6000억 원가량 증가했다.
연구개발 내용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SK하이닉스의 연구개발 실적은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D램 위주 개발에 일부 낸드플래시가 섞여 있는 형태였다.
그러나 지난해 연구개발 실적에선 낸드플래시 연구 과제가 대폭 늘어났고, 최근 후발주자로서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이미지센서(CIS) 관련 과제도 수 개 이름을 올렸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작년 연구개발 실적 중 16개 중 절반에 가까운 7개가 낸드플래시 관련이었다. 전년 연구개발 내용 중 낸드플래시 관련 과제는 2개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8단 낸드 기반 cSSD(2개), 128단 낸드 기반 모바일 제품(2개), 96단 낸드 기반 eSSD, 128단 낸드 기반 16TB(테라바이트) eSSD, 176단 낸드 512Gb TLC 등 개발 단계에서 상용화 과정을 밟았다.
특히 176단 낸드의 경우, 3세대 4D 제품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적층 기술을 적용했다. 낸드 사업에서 이 제품을 상용화한 건 마이크론 이후 SK하이닉스가 두 번째다.
이미지센서 관련 과제도 4개(Hi-2021Q, Hi-1337, Hi-847, Hi-1634)로 적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일본 소니와 삼성전자가 과점하고 있는 시장에 후발주자로 진입해 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다. 실제로 이미지센서 연구개발 실적은 2018년까지만 해도 없다가, 2019년 이미지센서 본거지인 일본 도쿄에 CIS R&D센터를 개소한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역시 메인 매출처인 D램 사업에 열중하되, 낸드플래시와 이미지센서 등으로 주력 사업 범위를 넓혀가는 과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CEO) 사장은 최근 세계전기전자학회(IEEE)의 국제신뢰성심포지엄(IRPS)의 기조연설자로 참여해 "현재 176단인 낸드를 600층까지 적층할 수 있다"며 낸드 기술 발전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미지센서 사업에서도 올해 프리미엄 라인업에 속하는 0.7um(마이크로미터) 픽셀 64MP 신제품 출시가 예정돼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해당 제품의 출시 일정은 미정"이라면서도 "후발주자로서 선두 업체들을 따라잡기 위한 기술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