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 운하 막히자…전 세계 물류 ‘동맥경화’ 현실화

입력 2021-03-2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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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유럽 간 무역 관문…현재 통과 대기 화물만 13조 원 규모
“유럽 제조·자동차업체 제일 타격”…희망봉 우회로 비용·해적 걸림돌

▲25일(현지시각) 촬영된 위성사진에서 컨테이너 화물선 에버기븐호가 여전히 수에즈 운하를 틀어막고 있다. (AP/뉴시스)
▲25일(현지시각) 촬영된 위성사진에서 컨테이너 화물선 에버기븐호가 여전히 수에즈 운하를 틀어막고 있다. (AP/뉴시스)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좌초되면서 전 세계 물류 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주요 해운사 선박이 수에즈 운하에서 발이 묶이면서 원유·가스 등 원자재부터 생필품 같은 일반 소비품의 공급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 수에즈 운하 통행 중단에 따른 무역·물류 등 경제적 손실이 시간당 4억 달러에 달한다는 전망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이집트 운하·통상서비스업체 ‘리스 에어전시’ 등은 현지시각 26일 수에즈 운하 양방향에서 통행이 재개되길 기다리는 선박이 237대로 전날보다 81대 늘었다고 보도했다. WSJ은 운하 안팎에서 대기하는 선박들에 총 120억 달러(약 13조5780억 원)어치 화물이 실려있다고 전했다.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는 유럽·아시아 간 무역의 핵심 통로다. 세계 무역 물동량의 13%와 해상으로 운송되는 원유 10%가 이 운하를 지난다. 이런 핵심 무역통로의 갑작스러운 ‘정체’에 세계 각국 수출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3월 25일(현지시각)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가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가로막고 멈춰섰다. (이집트=AP/뉴시스)
▲3월 25일(현지시각)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가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가로막고 멈춰섰다. (이집트=AP/뉴시스)

선사들은 지난해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물동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선박 공급을 줄였다. 거기에 여행 수요가 급감하면서 항공기 운항도 급감해 해상·항공운임이 동반 상승한 상태다. WSJ은 길이 40피트(12m) 컨테이너 하나를 중국에서 유럽으로 보내는 운임이 최근 3개월간 10배가량 뛰었다고 설명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유럽 지역의 자동차업체와 자동차 부품업체·제조사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공장에 부속품 재고를 두지 않고 공정에 맞춰 공급받는 ‘적시생산방식’(JIT)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디스는 “48시간 이내에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공급망에 추가적인 지연과 항만에서 정체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WSJ은 이집트를 중동·아프리카 판매제품 생산기지로 삼은 아시아 소비가전업체들도 피해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LG전자는 중동과 아프리카에 파는 TV를 이집트에서 조립한다. LG전자 측은 현재는 인근 시장에 재고가 충분하지만 수에즈 운하 사태가 지속하면 매출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을 도는 항로로 해상운송을 하거나 항공운송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비용 문제 때문에 쉽지 않은 선택이다.

영국에 전기자전거용 리튬배터리를 수출하는 일본기업 ‘엔비전 AESC’ 관계자는 “희망봉을 도는 항로로 운송하면 수 주는 더 걸릴 것”이라며 “운송 거리도 길어지기 때문에 비용도 더 든다”고 밝혔다.

희망봉을 도는 항로는 비용 문제 외에도 해적 활동의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아프리카 북동부 해역에서 오랜 기간 해적이 활동해왔으며, 서아프리카 해역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운송로’로 여겨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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