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췌장암 예후 예측하는 새 유전자 변이 찾았다

입력 2021-03-2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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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서울대병원)
(사진제공=서울대병원)

췌장암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유전자 변이를 국내 연구진이 찾아냈다. 이 변이 유전자를 가진 환자는 특정 항암요법에 매우 반응이 좋아 치료 방침 결정에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류지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은 2017~19년 103명의 췌장암 환자에서 DNA 손상 복구 기전에 관여하는 123개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ERCC6라는 유전자의 변이가 매우 의미있음을 발견했다고 29일 발표했다.

췌장암은 진단 시 약 80~85%에서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다. 5년 생존율은 10% 정도다. 따라서 수술이 불가능한 췌장암 환자의 예후 예측은 치료 방침 결정에 중요하다. 현재 췌장암 진단은 종양표지자로 단백질 CA19-9 수치를 확인한다. 그러나 예후 예측은 부정확한 편이며 강력한 예후 예측인자는 아직까지 없었다.

연구팀은 세침흡인검사를 통해 얻은 췌장암 조직에서 DNA를 추출해 전장엑솜시퀀싱 검사(whole exome sequencing)로 유전자 분석을 했다.

연구 결과 예후 및 치료 반응성 예측 등에 유용한 유전자 변이 ‘ERCC6’를 찾았다. DNA 손상 복구 기전에 관여하는 이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는 폴피리녹스 항암요법에 좋은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질병 무진행 생존기간이 23.5개월로 나쁜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의 8.6개월에 비해 3배 이상 길었다.

현재 췌장암의 표준 항암치료는 크게 두 가지로 네 가지 약제를 쓰는 폴피리녹스와 두 가지 약제를 쓰는 젬시타빈-아브락산 요법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중 어떤 것을 적용할 지는 뚜렷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다만 DNA 손상 복구 유전자 중 하나인 BRCA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폴피리녹스 요법에 반응이 좋다는 것이 알려졌다. 그러나 BRCA 돌연변이는 전 세계 환자 중 약 5%이며 우리나라 췌장암 환자에서는 빈도가 더 낮아 임상적 유용성은 다소 떨어진다.

이번 연구에서 확인한 ERCC6 유전자 변이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인에서 변이 대립 유전자 빈도가 약 40%로 아주 높은 편이다. 연구팀은 혈액 샘플을 이용한 후속 연구에서 ERCC6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 폴피리녹스 요법에 좋은 반응성을 보이는 지 검증할 계획이다.

류지곤 교수는 “한국인 췌장암 환자에서 특정 항암제에 반응하는 ERCC6 유전자 변이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라며 “향후 간단한 혈액 채취로 어떤 항암화학요법을 먼저 시행할지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중요한 바이오마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암(Cancer)’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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