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넘쳐나는 수요에 재고 동나
WSJ “한국선 주담대 혜택 위해 혼인신고 미루기도”
각국 부채 급증에 고민...모기지 금리도 코로나 이후 최고치
북미와 중국, 유럽에서 호주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국이 주택 가격의 가파른 상승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집값이 뛰면서 버블 우려에 정부들이 시장 과열을 막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전에도 몇 년간 지속한 저금리 기조에 유럽과 아시아, 캐나다 등 곳곳에서 역에서 높은 부동산 가격을 우렸다.
코로나19 사태로 더 많은 사람이 집에서 근무하면서 주택 수요가 더 커졌다. 여기에 팬데믹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수조 달러에 달하는 슈퍼 부양책을 지출하면서 집값 상승에 기름을 끼얹은 게 화근이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37개 회원국의 주택 가격은 지난해 3분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간 가격 상승률도 약 5%에 달해 거의 20년 만에 최고 수준이었다.
WSJ는 “일부 경제학자들이 2008년 세계 경기를 불황으로 내몰았던 글로벌 부동산 버블의 재현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넘쳐나는 수요와 공급 부족이 겹치면서 주택 재고가 동이 났다. 주택 건설업체 KB홈즈의 제프리 메처 최고경영자(CEO)는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부동산 시장이) 미쳤다. 재고가 없다”며 “미국 전 도시가 호황”이라고 말했다. 매물이 모자라자 주택 거래는 최근 줄었다.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지난달 기존주택 거래가 7% 가까이 감소하며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거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간 재고는 103만 채로 30%나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폭발적인 수요에 모기지 금리도 오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30년 모기지 금리는 최근 3.09%까지 올라 지난해 6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은 지난해 집값을 낮추기 위해 부동산 자금 조달에 새로운 제한을 뒀지만,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일례로 광둥성 선전시 주택 가격은 최근 1년간 16% 뛰었다. 이에 규제 당국은 이달 들어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 주택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도 사례에서 빠지지 않는다. WSJ는 “지난해 집값이 15% 가까이 올랐던 서울은 일부 신혼부부가 주택 구매를 쉽게 하려고 혼인신고를 미루는 일도 있었다”며 “한국의 저금리 주택담보대출 소득 기준 문턱은 부부보다 개인에게 더 관대하다”고 짚었다. 이밖에 캐나다와 네덜란드 등 부동산 시장을 걱정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덴마크 중앙은행은 “팬데믹 기간 확대된 저금리 대출로 인해 사람들이 더 많은 빚을 지더라도 주택 구매에 나서고 있다”며 “이에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앙은행의 카르스텐 빌토프트 부총재는 “어느 시장이든 집값이 연간 5~10% 오른다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WSJ는 “정책 입안자들은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경기 회복을 위해 금리를 낮게 유지하기를 원하지만, 주택 구매로 빚이 늘어난 것을 걱정하고 있다”며 “주가도 사상 최고치에 달한 상황에서 다른 자산마저 지속 불가능한 수준으로 높아지면 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