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사진> 현대자동차 사장이 성과급 지급 기준을 만들고 지급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성과급 논란을 계기로 사무직 노조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하자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장 사장은 29일 오후 사내 메일을 통해 "성과 보상에 대한 직원 여러분의 실망감과 아쉬움을 진심으로 공감하고, 어떻게 마음을 덜어드릴 수 있을지 여러 차례 회의도 하고,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라며 "메일로라도 진행 상황을 말씀드리려 한다"고 했다.
장 사장은 "많은 임직원이 올해 성과금이 또 줄어들까 봐 걱정하고 계시다.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을 잘 극복했음에도 품질비용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줄었기 때문"이라며 "올해만큼은 예외적으로라도 품질비용을 제외하고 성과금을 책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품질과 성과급을 연동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사장은 "품질 문제에 따른 비용이 줄어들게 되면, 그 비용을 보상으로 나누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라며 "예를 들면, 품질지수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면 성과금을 지급하는 등 구체적 방안을 노사가 빠르게 논의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성과금 지급 기준을 만들고 지급 시기도 최대한 앞당기겠다고도 했다.
그는 "성과금 기준은 직원과 회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고자 노사 간 논의를 준비하고 있다. 과거의 성과금은 노사 합의라는 큰 틀에서 진행되었지만, 임직원 모두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했고 지급 시기도 노사합의 시점에 따라 달라졌다"라며 "새롭게 성과금 기준을 수립하면 투명하게 공개하고, 2022년부터는 경영실적이 확정된 뒤 빠르게 지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장 사장은 "어떤 분은 이 메일을 읽고 명확한 결론이 없다고 답답해할 수도 있겠다"라면서도 "죄송한 마음이지만, 현실적으로 노사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 이해를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대한 빠르게 노사가 함께, 올해 성과금 규모와 기준을 말씀드릴 수 있도록 직접,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하겠다. 말씀드린 내용이 구체화하면 직접 만나서 자세한 이야기를 말씀드리고, 질문에 대답도 드리겠다"라고 했다.
장 사장의 입장 표명은 현대차그룹 내부에 사무직 노조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자 발표됐다.
현재 사무직ㆍ연구직 노조 설립에 공감하는 현대차그룹 직원들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텔레그램,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를 통해 노조 설립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논의에 참여한 인원만 해도 2000명이 넘는다.
사무ㆍ연구직원들은 그룹의 노사 교섭이 생산직에 의해 좌우되는 현실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임금 교섭이나 복지, 성과급 산정에서 사무직의 권익이 뒷전으로 밀린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낮아진 기본급 개선, 성과급 지급 기준 마련, 교섭 과정에 사무직의 입장 반영 등을 요구하기 위해 노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