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투기근절 대책, 과잉 논란에 실효성 여전히 의문

입력 2021-03-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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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9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열고 부동산투기 근절과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부동산정책 신뢰성에 치명적 타격을 안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사태로 돌아선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철저한 수사로 공직자 등의 투기를 엄정하게 처리할 것”을 강조했다. “강력한 투기 근절로 부패의 여지를 원천 봉쇄해야 한다”며, “불공정거래와 시장교란을 막기 위한 상설 감시기구로 부동산거래분석원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밝힌 대책은 투기 예방과 적발, 처벌, 부당이득 환수 등을 망라한다. 경찰·검찰·국세청·금융위 등의 역량을 총동원하고 수사인력을 대폭 확대해 전국적으로 투기사범을 색출키로 했다. 투기 공직자는 원칙적으로 구속수사하고,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4급 이상 공무원이 대상인 재산의무등록 범위가 모든 공직자로 확대되고, 부동산 업무 공직자의 관련 지역 부동산 취득도 엄격히 제한된다. 투기가 적발될 경우 부당이득의 3~5배를 환수키로 했다. 또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금융권 비주택가계대출의 LTV(주택담보인정비율) 규제와 함께, 1년 미만 보유 토지의 양도세 중과세율을 기존 50%에서 70%로 상향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여당은 과거의 투기행위로 얻은 부당이득을 몰수하기 위한 소급입법까지 강행할 움직임이다. 24일 국회를 통과한 ‘LH 3법’에는 이 내용이 빠졌지만, 다시 추가 입법에 나선다는 것이다.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심이반이 걷잡을 수 없게 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작년 임대료 인상률을 5%로 제한한 임대차법의 시행 직전 본인 소유 아파트의 전세보증금을 대폭 올린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전격 경질한 것도 궁지에 몰린 상황을 반영한다.

이번에 쏟아낸 고강도 대책들은 급조된 탓에 과잉논란이 빚어지고 정교성도 떨어진다. 투기의 원천 차단과 가중 처벌, 부당이득 몰수 등에 대한 의지는 뚜렷한데, 보여주기식으로 흘렀고 실효성도 의문이다. 대책 논의 단계에서 제기된 문제들이 많다. ‘친일재산귀속법’의 사례까지 끌어들인 소급입법으로 투기이득을 몰수한다지만, 적용기준이 모호하고 위헌 논란을 피할 수 없다. 150만 명에 이르는 모든 공직자를 잠재적 투기혐의자로 간주하는 데 따른 공직사회의 반발도 표출된다. 다른 사람 이름을 빌리는 차명 투기를 어떻게 막을 건지도 알 수 없다.

정부·여당은 불법·편법·불공정 투기를 이번에는 반드시 뿌리뽑겠다며 또다시 전방위 규제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에도 투기를 막는 제도가 없었던 게 아니라, 공직사회 부패구조의 감시와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탓이 크다. 무리한 대책을 쏟아내기 이전에 이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제도적 장치들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방안부터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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