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살색'을 살색이라 부르지 말라?...일본 편의점이 '살색' 제품을 회수한 이유

입력 2021-03-3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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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편의점 체인 패밀리마트는 최근 제품 색상을 '살색'으로 표기한 여성용 속옷을 회수했다. 인종차별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서다.

▲일본 편의점업체인 패밀리마트는 최근 '살색'으로 표기한 여성용 속옷이 인종차별적이라는 지적에 제품을 회수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일본 편의점업체인 패밀리마트는 최근 '살색'으로 표기한 여성용 속옷이 인종차별적이라는 지적에 제품을 회수했다. (게티이미지뱅크)

패밀리마트, '살색' 표시 제품 회수…'베이지'로 바꿀 계획

28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패밀리마트는 자체브랜드(PB)로 출시한 여성용 팬티, 캐미솔, 탱크톱 등을 23일부터 전국 점포에서 판매하면서 색상을 '살색'이라고 표기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일부 사원과 가맹점으로부터 "특정 색깔을 피부색으로 규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애초 패밀리마트는 간사이 지역에서 이 제품을 시범 판매할 때 '베이지'라고 색깔을 표기했지만, 전국 판매를 개시하면서 '살색'으로 표현을 바꿨다. 그러다가 '살색' 논란이 커지자, 해당 제품을 회수하고, 향후 색깔 표기를 '베이지'로 다시 바꾸기로 했다.

▲애초 패밀리마트는 간사이 지역에서 이 제품을 시범 판매할 때 '베이지'라고 색깔을 표기했지만, 전국 판매를 개시하면서 '살색'으로 표현을 바꿨다. 사진은 일본 패밀리마트 홈페이지의 편의복 코너. (사진출처=일본 패밀리마트 홈페이지 캡처)
▲애초 패밀리마트는 간사이 지역에서 이 제품을 시범 판매할 때 '베이지'라고 색깔을 표기했지만, 전국 판매를 개시하면서 '살색'으로 표현을 바꿨다. 사진은 일본 패밀리마트 홈페이지의 편의복 코너. (사진출처=일본 패밀리마트 홈페이지 캡처)

일부 일본 네티즌, '이해할 수 없다" 부정적 반응도

일본에서는 패밀리마트의 이 같은 조치에 동조하는 네티즌들도 있었지만, 상당수의 네티즌이 '살색'에 대한 지적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항상 부적절한 표현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에 맞추다 보면 갑갑한 세상이 될 것"이라며 "정말 이 표현으로 기분이 상한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 '살색'만으로 차별이라고 판단하는 사람이야말로 차별 의식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의 한 이용자도 댓글을 통해 "과거도 지금도 국제적으로 피부색에 따른 인종차별 문제가 많이 존재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일본인의 평균적인 피부색이라는 현재 '살색'의 의미를 생각한다면 인종차별을 전혀 의도하지 않았다는 것이 명백하고 오히려 일본 문화의 유지를 저해하는 과잉반응"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1년 '살색'이라는 표현 논란이 된 바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1년 '살색'이라는 표현 논란이 된 바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한국 인권위 "살색 표기는 차별행위…평등권 침해"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1년 '살색'이라는 표현이 논란이 된 바 있다. 특정 인종의 피부색과 유사한 색을 '살색'으로 표기한 것은 차별행위라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출범 첫해인 2001년 11월 가나 출신의 커피딕슨 씨를 비롯한 외국인 4명 등으로부터 특정 인종의 피부색과 유사한 색을 '살색'으로 표기한 것은 차별행위라는 내용의 진정을 접수했다. 당시 인권위는 크레파스와 수채 물감의 특정 색을 '살색'으로 이름 붙인 것은 헌법 제11조의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기술표준원에 한국산업규격(KS)을 개정토록 권고했다.

인권위는 "기술표준원이 정한 '살색' 색명은 특정 피부색을 가진 인종에게만 해당하고 황인종이 아닌 인종에 대해 합리적 이유 없이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으며 인종과 피부색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확대할 수 있다"며 권고 이유를 설명했다.

▲미국의 크레용 회사 '크레욜라'는 지난해 다양한 세계인의 피부색을 표현할 수 있도록 살색의 개념을 24개의 색상으로 구분한 크레용 제품 '월드컬러 시리즈'를 출시했다. (사진제공=데이비드토이)
▲미국의 크레용 회사 '크레욜라'는 지난해 다양한 세계인의 피부색을 표현할 수 있도록 살색의 개념을 24개의 색상으로 구분한 크레용 제품 '월드컬러 시리즈'를 출시했다. (사진제공=데이비드토이)

크레욜라, 24개 색상으로 살색 구분한 크레용 출시…로레알, 화이트닝 용어 금지

'살색' 등 피부색에 관련한 인종차별적 용어를 퇴출하려는 노력은 세계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59년 전 유색인에게 맞지 않는 차별적 표현이라는 이유로 '살색(Flesh)'을 '복숭아색(Peach)'으로 바꿨던 미국의 크레용 회사 '크레욜라'는 지난해 다양한 세계인의 피부색을 표현할 수 있도록 살색의 개념을 24개의 색상으로 구분한 크레용 제품 '월드컬러 시리즈'를 출시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화장품 업체인 로레알도 지난해 6월, 제품과 관련한 문구에서 '미백'·'화이트닝(whitening)'과 같이 하얀 피부를 강조하는 단어들을 없애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화이트닝 등의 표현은 '브라이트닝(Brightening)' 등의 표현으로 대체됐다.

▲2019년에는 한 흑인인권운동가의 반창고 사진을 담은 트위터 게시물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진출처=도미니크 아폴론 트위터 캡처)
▲2019년에는 한 흑인인권운동가의 반창고 사진을 담은 트위터 게시물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진출처=도미니크 아폴론 트위터 캡처)

흑인 인권운동가 "내 피부색과 맞는 반창고 없었다"

2019년에는 한 흑인 인권운동가의 반창고 사진을 담은 트위터 게시물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자신의 피부색과 같은 색의 반창고를 붙이고야 일상에 숨겨진 인종차별을 깨닫게 됐다는 것이다.

인종차별 기관의 부대표인 도미니크 아폴론은 2019년 4월 자신의 트위터에 짙은 색의 반창고를 붙인 손 사진을 올렸다. 그는 "반창고를 보자마자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며 "어린 시절의 나를 비롯해 수백만의 흑인 아이들은 자신의 피부색이 아닌 반창고를 붙일 때 슬픔을 느꼈다. 내 피부색과 맞는 반창고에 소속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 글은 당시 51만5000여회의 좋아요와 10만4000여회의 리트윗을 기록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해당 글에 대해 많은 네티즌은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흑인 여성은 "어릴 때 엄마에게 반창고는 왜 살구색인지, '살색 크레용'은 왜 내 살색과 다른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며 "그것이 인종이라는 이슈에 대해 처음 인식하게 된 계기였다"고 적었다. 흑인이 아닌 네티즌들도 크레용의 '살색'이 살구색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해줘 감사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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