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3%룰’ 위력…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부회장, 최대주주 꺾었다

입력 2021-03-30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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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식 부회장, 소액주주 지지 얻어 최대주주 이겨…'3%룰' 효력 발휘된 대기업 첫 사례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판교 신사옥 (사진제공=한국타이어)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판교 신사옥 (사진제공=한국타이어)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는 한국타이어 총수 일가의 표 대결에서 장남 조현식 부회장이 승리를 거뒀다. 소액주주의 지지를 바탕으로 최대주주인 차남 조현범 사장을 이겼는데, 대기업에서 이른바 ‘3%룰’이 효력을 보인 첫 사례다.

한국앤컴퍼니(한국타이어 지주사)는 30일 오후 1시 30분 경기 성남시 본사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 등을 논의했다. 주총에는 의결권 있는 주식 88.35%가 참석했다.

핵심이 된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서는 조현식 부회장이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안이 다수 지지를 받아 통과됐다. 이한상 고려대학교 경영대 교수의 선임이 최종 확정됐다.

최대주주인 조현범 사장과 사 측이 추천한 김혜경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선임안은 부결됐다. 다만, 이사회 의장인 조 부회장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정확한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았다.

최대주주의 뜻과 다른 후보가 이사에 선임된 이번 결과는 올해부터 시행된 ‘3%룰’ 때문에 가능했다. 이는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최대 3%로 제한한 조항이다.

한국앤컴퍼니의 특수관계인 지분은 △조현범 사장 42.9% △조현식 부회장 19.32% △차녀 조희원 씨 10.82%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 나눔재단 이사장 0.83% 등으로 구성돼 있다. 조 부회장 측이 조 사장에게 밀리는 구도지만, 조 부회장과 조 사장 모두 의결권을 3%까지만 행사할 수 있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현황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현황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이에 양측은 지분 22.61%를 보유한 소액주주의 표심을 얻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조현식 부회장 측은 별도 홈페이지까지 만들어 주주제안의 취지를 설명했고, 의결권 위임을 독려했다.

소액주주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국민연금과 의결권자문사는 각자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지분 5% 미만을 보유한 국민연금과 글로벌 의결권자문사 ISS는 조현식 부회장의 손을 들어준 반면, 글래스루이스는 사 측이 추천한 김혜경 교수를 선임하는 안에 찬성했다.

혼전 속에서 주주는 조현식 부회장을 지지했다. 조 부회장이 제시한 주주제안의 취지에 공감했고, 국민연금의 지지를 받은 점도 소액주주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조희경 이사장과 차녀 조희원씨도 조 부회장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주총 현장에는 조 이사장 측 대리인도 참석해 표결을 지켜봤다. 조 이사장은 아버지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심판에서 뜻을 같이하고 있다.

▲조현식 부회장(왼쪽)과 조현범 사장(오른쪽).  (사진제공=한국테크놀로지그룹. )
▲조현식 부회장(왼쪽)과 조현범 사장(오른쪽). (사진제공=한국테크놀로지그룹. )

이날 오전 9시에는 한국타이어엔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주총도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선임을 놓고 양측이 표 대결을 벌였는데, 조현범 사장이 넉넉한 표 차이로 승리를 거뒀다.

조현범 사장과 사 측이 추천한 이미라 제너럴일렉트릭(GE) 한국 인사 총괄 선임안이 84%의 지지를 받아 통과됐고, 조현식 부회장과 조희경 이사장이 주주 제안으로 추천한 이혜웅 비알비코리아 어드바이저스 대표이사 선임안은 득표율 16%에 그쳤다.

다만, 계열사인 한국타이어는 조현범 사장의 지배력이 강한 회사인 만큼 예견된 결과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 주총 결과에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된 이유이기도 하다.

중요도가 높은 주총에서 시장의 지지를 받으며 ‘지배구조 개선’을 외치는 조 부회장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조 부회장은 주총에서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이사회를 중심으로 그룹의 지배구조를 개선해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힘쓰겠다”라고 밝혔다.

다만,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의 불씨는 남아있는 상태다. 앞서 조 부회장은 이한상 교수를 선임하는 절차를 마무리하고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 교수 역시 경영권과 관련해 조 부회장을 돕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조 부회장은 “지분 매각을 고려하지 않고 있고 주주의 권리와 책임에는 변함이 없다”라고도 밝혀 일각에서는 조 부회장이 시간을 가진 뒤 임시 주총을 소집하는 등 행동에 나서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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