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LG그룹 고문이 LX그룹으로 분가한다. 핵심 계열사는 LG상사로 내부거래에 따른 매출액이 7조 원에 달한다. 향후 주가 향방은 지주사 지분 정리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는 인적분할을 통해 LX홀딩스를 설립하기로 했다. LX그룹에는 LG상사, LG하우시스, 실리콘웍스, LG MMA가 편입된다.
LX그룹의 주력 회사는 LG상사다. LG상사는 지난해 연결 기준 11조2826억 원 매출액을 올렸으며, 이중 절반 이상(6조9255억 원)이 내부 거래다.
특히 LG상사가 지분 51%를 보유한 판토스는 LG그룹 물류를 맡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판토스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15년 1조2448억 원에서 지난해 4조7633억 원으로 4배 수준으로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 대비 내부 거래(3조4603억 원)는 72.64%에 달한다.
LG는 이번 인적분할에 대해 “양 지주회사는 독립 및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해 사업관리 영역 전문화, 사업구조 고도화 등을 통해 기업가치 제고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LG 주주들은 수긍했다. 지난 26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 의결권 기준 전체 중 89.2% 주주가 참석했고, 이 중 76.6%가량이 찬성했다.
현재 주주 불만은 없는 셈이다. LG 주주가 모두 LX홀딩스 주주라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그룹 내부에서 막대한 매출이 발생하는 물류 업체를 외부로 독립시켰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그렇다고 LG그룹이 분할 이후 해당 일감을 새로운 법인 등을 통해 받아 오면 LX그룹은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이 때문에 LX그룹을 맡은 구 고문이 보유한 LG 지분(7.72%)을 처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관계유지를 위한 '누름돌' 역할로 활용할 것이란 전망도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구 고문이 고 구본무 회장 와병 당시 LG그룹 수장 역할을 수행한 만큼 가장 안정적인 계열사를 내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과거 LG그룹에서 분사한 기업들의 주가 추이를 살펴보면, 2006년 12월 1일 LG상사에서 인적분할해 설립된 LF는 1만78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같은 달 2만350원까지 약 14% 올랐다. 이후 상승세를 지속해 1년 뒤인 2017년 12월 3일에는 3만1500원으로 시가 대비 76.69% 급등했다.
반면 또 다른 분가 사례인 LS의 경우 분가 후 큰 폭의 주가 하락을 경험했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2002년 LS(당시 LG전선) 경영권 지분을 장내매수로 확보했다. LS 주가는 구자열 회장이 최대주주가 된 2002년 4월 8일 종가 기준 1만9350원에서 한 달 뒤인 5월 8일 1만6150원으로 16.53% 내렸다가 1년 뒤인 2003년 4월 8일에는 1만150원(-47.54%)까지 내렸다. 반토막난 LS 주가가 반등한 것은 이로부터 1년 뒤인 2004년 중순 이후다.
두 사례 모두 분가 후 최대주주의 지분 매입이 한동안 이어졌다는 점에서는 같다. 다만 LS의 경우 자사주 등을 장내 매도 하기도 했다. 지분 정리가 필요했던 점이 주가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LX그룹 역시 지분 정리와 그룹 정비가 주가 향방을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