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재개발 밀어붙이지만 제대로 진척되겠나

입력 2021-03-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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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공재개발 시범사업의 2차 후보지 16곳을 발표했다. 작년의 ‘5·6 대책’에 따른 공공재개발 사업지역으로 당초 4월 초 발표가 예정됐었다. 부동산정책에 대한 민심이 크게 악화하면서 정부가 공급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로써 지난 1월 발표된 8곳과 함께 서울 시내에서 모두 24곳이 공공재개발을 추진하게 됐다. 사업지는 성북구 성북동과 장위동, 동작구 본동, 영등포구 신길동, 양천구 신월동, 서대문구 연희동, 송파구 거여새마을, 동대문구 전농동, 노원구 상계동 등의 구역이다. 전체적인 주택공급 규모는 약 2만 가구다.

공공재개발은 공공이 참여하는 재개발사업에 용적률 상향, 분양가상한제 제외 등의 혜택을 주는 대신 일반분양의 50% 정도를 임대주택으로 회수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2·4 대책’을 통해 공공기관이 직접 도심 역세권과 저층주거지 등을 고밀도 개발키로 한 ‘3080+ 정비사업’과 다르다.

하지만 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공재개발을 주관하는 곳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인데 이 기관 임직원들의 투기 사태로 완전히 신뢰를 잃고 여론이 급속히 나빠졌다. LH 조직의 축소 및 기능개편도 예고된 터라 추진동력이 크게 약화할 수밖에 없다.

2차 후보지 선정에 참여를 신청한 사업지는 56곳으로 처음 주민들의 관심은 높았다. 그러나 LH 사태 이후 반대로 돌아선 곳이 많다. 규모가 크고 후보지로 유력했던 용산구 한남동과 마포구 대흥동, 강동구 고덕동 등 상당수 지역이 이번에 탈락하거나 심사가 보류됐다. 당초 주민 다수가 선호했으나 반대 여론이 커진 곳과, 과도한 지분 쪼개기 등으로 사업성이 문제된 곳이 많아진 탓이다. 재개발을 위해서는 토지소유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이미 8곳의 후보지가 선정된 1차 공공재개발 사업도 제대로 진척되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게다가 4·7 보궐선거의 서울시장 여야 후보들이 너나없이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여당 후보마저 정부의 2·4 대책 핵심인 공공주도 개발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에 따라 사업성이 괜찮은 지역들까지 민간 재개발 쪽으로 방향을 트는 움직임이다.

공공에 대한 거부감만 커지면서 순조로운 사업 진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공재개발뿐 아니라, 2·4 대책의 공공기관 직접 시행 정비사업도 마찬가지다. 이 계획을 주도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교체가 예정돼 있고, 사업 주체인 LH에 대한 불신으로 사실상 추진력을 상실한 상태다.

정부가 내놓은 주택공급 계획이 먹히지 않고 벽에 부딪힌 양상이다. 공급 차질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공공 주도의 정비사업으로는 해법이 안 된다는 얘기이고 보면, 결국 민간개발 활성화말고는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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