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은행, 아케고스發 손실액 최대 11.3조원”

입력 2021-03-3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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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액 상대적으로 노무라와 CS에 집중된 듯
상황 심각해지자 ‘링 펜싱’ 도입 등 규제 강화 목소리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에 성조기가 걸려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에 성조기가 걸려 있다. AP연합뉴스

아케고스캐피탈매니지먼트의 마진콜 사태로 인한 월가 은행의 손실액이 최대 100억 달러(약 11조3000억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JP모건 분석팀은 30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아케고스발 은행들의 손실은 유동적인 자산을 담보로 설정하는 대출 익스포저와 관련해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당초 JP모건 분석팀은 월가 은행의 손실액이 20억~50억 달러대로 추산했었다. 최대 예상 손실액이 무려 2배가 늘어난 셈이다.

앞서 노무라홀딩스는 아케고스 마진콜 사태로 20억 달러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크레디트스위스(CS)는 구체적인 손실 규모를 언급하지 않았으나 시장 안팎에서는 30억~40억 달러대의 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대해 JP모건은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문제는 노무라와 CS가 아케고스가 설정한 포지션을 현재까지 완전히 청산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즉 아직 매도할 물량을 들고 있다는 것이다. JP모건 분석팀은“ CS와 노무라가 현 시점에서 모든 포지션을 청산하지 하지 못했던 이유가 여전히 의아한 부분”이라면서 “이번 주말까지 해당 포지션을 완전히 청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 등 외신은 아케고스와 거래한 은행이 노무라와 CS 외에도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UBS, 웰스파고, 도이치뱅크 등 다양하다고 전했다. 다만 웰스파고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도이치뱅크는 마진콜 사태와 관련된 포지션을 문제가 되기 전 미리 청산했기 때문에 관련 손실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월가 피해 예상액의 상당 부분이 노무라와 CS에 집중됐을 거란 이야기다.

지난 26일 아케고스는 레버리지를 통해 투자한 일부 종목의 주가가 급락하자 마진콜에 내몰렸고,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주식을 담보로 잡고 있던 은행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블록딜 방식으로 주식을 팔았다. 해당 물량이 개장 전은 물론 장중에도 시장에 쏟아지자 해당 종목의 주가가 급락하는 등 증시가 요동쳤다. 이렇게 블록딜 형태로 나온 주식은 300억 달러어치가 넘었다.

상황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이번 사태로 인해 관련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번 마진콜 사태에서 아케고스의 포지션을 강제 청산하는 과정에서 일부 4개 프라임브로커 은행들이 매수와 매도를 위해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했다는 정황이 알려졌다. 이는 블록딜 과정에서 관행적으로 일어나는 일인데, 일각에서는 자칫 이러한 ‘집단행동’이 은행의 리스크 관리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컴플라이언스 컨설팅업체 컴플리글로브의 마크 버먼 최고경영자(CEO)는 “4곳의 프라임브로커 은행 관계자들이 서로 해당 사태와 관련해 협상을 시도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다른 한쪽은 익스포저를 줄이고, 다른 사람은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을 논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영국이 도입한 ‘링 펜싱’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링 펜싱은 투자은행과 소매은행간 리스크 이전을 막아 투자자를 보호하는 제도를 말한다. 영국은 지난 2019년 1월 이 제도를 도입했다. 토르스텐 벡 글래스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잠재적으로 리스크가 있는 고객의 대출 사업은 실물 경제와 직접 맞닿아 있는 상업은행과 분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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