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독도는 일본 땅?" 일본 역사 왜곡 교과서, 문제 되는 내용 살펴보니

입력 2021-03-3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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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실은 일본의 고등학교 교과서가 30일 문부과학성의 교과서 검정 심사를 통과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번 심사를 통과한 중학교 역사교과서 중에는 일본이 고대에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에 근거해 역사를 기술한 경우도 있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30일 열린 교과용 도서 검정조사심의회에서 주로 고교 1학년생이 내년부터 사용하는 296종의 교과서가 검정 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검정을 통과한 대부분의 사회 과목 교과서에서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강화·확대됐으며, 해당 교과서들은 내년부터 학교에서 사용된다.

▲30일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한 고교 사회과 교과서에 독도가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로 표기돼 있다. (연합뉴스)
▲30일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한 고교 사회과 교과서에 독도가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로 표기돼 있다. (연합뉴스)

30종 교과서 19종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

한국의 시민단체인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가 30일 문부과학성의 검정 심사를 통과한 일본 고등학교 1학년용 사회과 교과서 30종을 분석한 결과, 19종에서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이거나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지리총합과 공공 교과서 18종에는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다' 혹은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라는 표현이 반영됐다. 역사총합 12종은 대체로 독도가 일본 영토에 편입되는 과정을 기술하고 있으며, 일부 역사교과서는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라고 명기했다. 지리총합(종합) 6종 모두에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기술이 포함됐고, 4종에는 일본의 고유 영토라는 표현이 있었다.

일본 정부는 학습지도요령 등을 통해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라는 내용 등을 교과서에 반영하도록 의무화하고 있고, 검정 과정에서 이에 어긋나는 기술에 대해서는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한 출판사의 공공 교과서는 "상대국이 각각 실효 지배하는 북방영토(남쿠릴 4개 섬의 일본 명칭)와 다케시마에는"이라는 표현으로 검정을 신청했지만, 문부과학성이 오해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해 "북방영토와 다케시마에는"이라는 문구로 수정했다.

▲30일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한 일본 고교 교과서에 1943년 11월 도조 히데키(東條英機·1884∼1948) 당시 일본 총리가 아시아 지역 점령지 등의 대표를 모아서 도쿄에서 개최한 대동아회의 기념사진이 실려 있다. (연합뉴스)
▲30일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한 일본 고교 교과서에 1943년 11월 도조 히데키(東條英機·1884∼1948) 당시 일본 총리가 아시아 지역 점령지 등의 대표를 모아서 도쿄에서 개최한 대동아회의 기념사진이 실려 있다. (연합뉴스)

'침략' 전쟁을 '진출'로 기술… '대동아공영권' 언급도

일본이 일으킨 침략 전쟁을 '진출'이라고 기술하고 있으며, 침략을 정당화한 ‘대동아공영권’ 개념을 소개 내용을 담은 교과서도 있었다. 시미즈서원의 역사 교과서는 만주사변, 중일전쟁 등을 다루면서 ‘일본의 대륙 진출’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1995년 일본 정부가 발표한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이 일으킨 전쟁을 '침략'이라고 규정하고 사죄했는데, 이 내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시미즈 서원은 아시아·태평양으로 전장을 넓힌 것을 다루는 대목에서 침략을 정당화한 '대동아공영권' 개념을 소개하기도 했다. 대동아공영권은 1943년 11월 도조 히데키 당시 일본 총리가 아시아 지역 점령지 등의 대표를 모아서 도쿄에서 대동아회의를 열고 발표한 대동아 공동선언에 담긴 개념이다.

대동아공영권은 한반도 등 일본이 식민 지배한 아시아 권역 등을 하나로 묶은 이른바 '대일본제국'이 미국 등 서구 열강에 맞서 싸웠다는 제국주의 일본의 인식을 담고 있으며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는 의도를 담은 용어로 분류된다. 2차 대전 후 일본을 점령한 연합국군총사령부(GHQ)는 공문서 등에서 '대동아전쟁'이라는 표현을 금지하기도 했다.

▲30일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한 일본 고교 역사 교과서에 전쟁 중 벌어진 일본군 위안부 동원에 관해 '여성이 위안부로 전지(戰地)에 보내졌다'는 취지의 설명(붉은 밑줄)이 실려 있다. (연합뉴스)
▲30일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한 일본 고교 역사 교과서에 전쟁 중 벌어진 일본군 위안부 동원에 관해 '여성이 위안부로 전지(戰地)에 보내졌다'는 취지의 설명(붉은 밑줄)이 실려 있다. (연합뉴스)

위안부 문제 기술 축소…문부과학성, 수정 지시하기도

일본군 위안부 동원 강제성이나 위안소 운영 과정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및 폭력을 명확하게 드러내지 않고 모호하게 기술한 교과서들도 많았다.

다이이치가쿠슈샤는 역사 교과서 2종이 검정에 통과했는데 한반도 출신 여성을 위안부로 강제 동원한 것에 관해 "많은 여성이 위안부로 전지(戰地)에 보내졌다", "여성이 위안부로 전지에 보내졌다"고 각각 기술했다. 이처럼 교과서는 피해자를 동원한 주체가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하지 않아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를 이해하기 어렵게 했다.

문부과학성이 '위안부' 관련 내용의 수정을 지시한 사실도 확인됐다. 짓쿄 출판의 역사총합 교과서는 애초 "한반도·대만 출신자에 대한 보상이나 미지불 임금 청구, 이른바 '종군 위안부' 등 미해결의 문제가 많다"라고 기술했으나, 문부과학성 측이 '미해결'이라는 표현이 학생들의 오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자 "한반도·대만 출신자에 대한 보상이나 미지불 임금 청구, 이른바 '종군 위안부' 등, 정부는 해결이 끝났다고 하고 있으나, 문제가 많다"로 수정하기로 했다.

▲일본이 고대에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에 입각해 역사를 기술한 교과서도 있었다. (연합뉴스)
▲일본이 고대에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에 입각해 역사를 기술한 교과서도 있었다. (연합뉴스)

"일본, 고대 한반도 남부 지배"…'임나일본부설' 입각 주장 기술

일본이 고대에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에 입각해 역사를 기술한 교과서도 있었다. 임나일본부설은 4~6세기 일본이 한반도 남부를 직간접적으로 지배했다는 내용인데, 이는 일본이 을사늑약 이후의 한반도 식민지화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날조한 이야기라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일본의 우익단체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의 구성원이 쓴 지유샤의 중학교 교과서는 작년 중학교 교과서 검정 심사 때 불합격 판정을 받았으나 이번 고등학교 1학년용 교과서 검정 때 재신청해 통과했다.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가 해당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 교과서에는 임나일본부 설치와 관련한 직접적인 기술은 없지만, 서술 내용은 4~6세기 일본이 한반도 남부를 직·간접적으로 지배했다는 전형적인 임나일본부설에 입각해 있다.

이 교과서는 391년 왜가 백제를 격파했다는 것이 광개토대왕비를 통해 입증할 수 있는 사실인 것처럼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는 광개토대왕비의 관련 내용이 당시 고구려인이 과장해서 서술한 것으로 인식하는 최근 연구 경향에 배치되는 서술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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