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 파고드는 괴물·악귀…대세는 'K-크리처물'

입력 2021-03-3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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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괴물과 악귀가 안방극장을 침투하고 있다. 과거 하위 장르로만 여겨지던 크리처물(사람을 잡아먹거나 살해하는 괴물이 나오는 작품)이 드라마 소재로 환영받으며 안방극장을 풍성하게 채우고 있다. 이제 지상파에서도 크리처극이 편성될 정도로 최근 흐름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크리처물의 흥행은 넷플릭스 좀비 사극 ‘킹덤’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부터다. 킹덤’은 서양 소재인 좀비를 한국식 정서로 재해석해낸 작품이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복을 입은 좀비들이 빛의 속도로 달려드는 ‘K-좀비’를 내놓았고, 이는 곧 장르화됐다. 비주얼뿐만 아니라 스토리텔링이 돋보이는 시나리오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 등이 인기 요인으로도 꼽힌다.

‘킹덤’이 안방극장에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심의로부터 자유로운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컨텐츠 플랫폼 덕분이었다. 이에 ‘킹덤’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는 “넷플릭스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킹덤‘의 글로벌 흥행은 ’스위트홈‘까지 이어졌다. 제작비 300억 원의 대규모 프로젝트인 ’스위트홈‘은 ‘욕망으로 괴물이 된다’는 설정으로 아파트 단지에서 벌어지는 기괴하고도 충격적인 이야기를 그린다. 인간이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크리처극이지만, 인간과 괴물을 구분하기 어려운 ‘인간다움’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를 준다. 극의 섬뜩하고 기이한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기 위해 괴물과 그린홈 CG 작업에 공을 들였고, 크리처물의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제공=KBS, OCN)
(사진제공=KBS, OCN)

넷플릭스에서만 시도됐던 크리처물은 지상파로 옮겨졌다. 역사 왜곡 논란으로 초유의 폐지 사태를 빚은 SBS ‘조선구마사’는 인간의 욕망을 이용해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악령과 백성을 지키기 위해 이에 맞서는 인간들의 혈투를 그린 드라마다. 320억 원을 투자해 제작됐고, 지상파에서 처음 시도되는 좀비물로 방송 전부터 관심을 받았다. 악령의 조종을 받는 생시를 내세워 지상파에서 볼 수 없었던 잔혹한 장면들을 선보이기도 했다.

KBS는 귀신이 출몰하거나 사람이 죽어나간 부동산을 퇴마해 깨끗한 물건으로 만드는 부동산 중개업자의 이야기인 ‘대박부동산’을 방영한다. OCN은 검은 연기를 마신 변종인간들과 그 사이에서 살아남은 인간들의 처절한 생존기를 그린 ‘다크홀’을 내놓을 예정이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활발해지면서 콘텐츠 트렌드 또한 바뀌는 추세다. 마니아들에게만 환영받았던 장르들이 이제 대중적으로 소비되며, 기괴하고 섬뜩한 크리처물이 주류가 되는 분위기다.

한 방송 관계자는 크리처물의 인기에 “드라마의 소재 고갈과 콘텐츠 플랫폼의 변화가 이끌어 낸 결과”라며 “대규모 제작비 투입을 바탕으로 크리처물이 실현되는 환경이 마련됐고, 시청자 또한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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