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절차가 시작됐다.
3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이날 최저임금위원회에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심의를 요청했다.
관련 법규는 고용부 장관이 매년 3월 31일까지 최저임금위에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저임금 결정 시한은 매년 8월 5일이다. 노사의 이의 제기 절차 등을 고려하면 최저임금위는 늦어도 7월 중순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해야 한다.
최저임금위는 위원장을 포함한 공익위원 9명, 근로자위원(노동계) 9명, 사용자위원(경영계) 9명 등 총 2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절차가 본격화되면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최저임금 인상 수준을 둘러싼 노사 간 대립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심의에서 노동계는 올해 최저임금을 전년보다 16.4% 오른 1만 원(시급 기준) 요구했지만 최종적으로 1.5% 오른 8720원으로 결정되면서 고배를 마셨다. 1.5% 인상폭은 역대 최저 인상폭으로, 그간의 최저임금 대폭 인상 부담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기업 경영난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경영계의 요구가 관철된 것이다.
노동계는 지난해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배수진을 치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으로 결성된 최저임금연대는 이날 최저임금 현실화 규탄대회를 열고 "내년에 임기가 끝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1만 원' 최저임금 공약 이행과 저임금·저소득 계층의 소득보장을 위해 현실적인 최저임금 인상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정부에 강력히 촉구했다.
최저임금연대는 또 현재 11대 공익위원들이 대부분 유임된다는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들이 지난 2년간 최저임금법 결정기준(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해 노동자의 생활안정 도모 추구)을 무시한 채 사용자 편향적인 태도로 역대 최악의 최저임금 인상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연대는 "12대 공익위원은 결정기준을 준수하는 공정한 위원들로 위촉돼야 한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추천방식에서 벗어나 노사가 추천하는 방식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반면 경영계는 현 정부 초기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가 아직 남아 있고 코로나19도 장기화하고 있어 상당 기간 최저임금의 '안정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최근 현 정부 초기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지난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 임금을 받은 노동자 비율이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경영계는 작년에 이어 올해 심의에서도 최저임금 동결과 삭감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