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정치인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선관위가 여성단체의 '보궐선거 왜 하죠'라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불허하는 등 편파적인 결정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야권 주요 인사들은 선관위가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3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선거 유세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선관위라는 데는 독립된 헌법기관"이라며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결국 국민으로부터 선관위 자체도 심판받는 것을 명심하라고 얘기하고 싶다"고 비판했다.
앞서 선관위는 한 시민단체가 '보궐선거 왜 하죠'란 글이 적힌 현수막을 제작하자 불허 결정을 내렸다. 해당 결정이 논란이 되자 선관위는 "선거법 위반"이라고만 했을 뿐 명확한 해석을 내놓지 못했다.
이에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구체적 위반 사유를 요구하자 선관위는 전날 “임기 만료 선거와 달리 언론과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다"며 "일반 선거인이 선거 실시 사유를 잘 알고 있는 게 이번 보궐선거의 특수성”이라고 답했다. 해당 문구가 전임 시장의 성범죄 사건을 떠오르게 해서 투표 행위에 영향을 준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 외에도 야권 주요 정치인들은 잇달아 선관위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를 짧게 해온 것도 아닌데 선관위의 선거법 위반 기준은 아직도 정확히 모르겠다"며 "이러니 엿장수 소리 듣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 지사는 "저는 선거법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취업준비 청년교육생을 격려하기 위해 피자를 쐈다가 선거법으로 고발당한 이후에는 더욱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관위도 국민에게 엿장수 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 의원도 “선관위 답변은 사실적시에 의한 불법 현수막이라는 식의 궤변"이라며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에게 벌거벗었다고 외치는 걸 불법이라 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선관위가 입을 아무리 틀어막아도 시민들은 이번 보궐선거를 왜 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다"며 "그것을 왜 숨기려 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기녕 국민의힘 부대변인도 이날 오후 논평을 내고 "선관위의 이해하기 힘든 이중 잣대에 유감을 표명한다"며 "스스로가 심판인지 선수인지 구분 못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관위가 관권선거의 최선봉에 서 있다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중립성을 철저히 지켜 여당의 선거사무소로 전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