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으로 감산 등에 나선 가운데 국산차 역시 생산 차질이 본격화됐다.
특히 최근 사전예약을 마친 현대차그룹의 첫 전용 전기차는 초기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의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가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현대차는 반도체 부품 수급 문제로 오는 7일부터 14일까지 일주일 동안 울산 1공장을 휴업한다고 밝혔다.
울산 1공장에서는 소형 SUV 코나와 현대차의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를 생산 중이다.
문제는 역시 반도체가 들어간 부품 탓이다. 아이오닉 5는 모터와 감속기 등을 포함한 ‘PE 모듈’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모자라 감산을 시작했다.
현대차는 매주 단위로 반도체 재고를 점검하고 직접 반도체 메이커와 차량용 반도체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협상에 나서고 있다.
부품 공급 차질로 4월 한 달 동안 약 6500대의 아이오닉 5 생산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이오닉 5는 유럽에 먼저 수출한다. 올해 3000대 판매를 계획했으나 현지에서 시작한 사전계약에 1만 대 가까이 수요가 몰렸다. 국내 역시 사전계약 첫날 수요가 2만3760대에 달하는 등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번 감산 탓에 아이오닉 5 초기물량의 출고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아의 첫 전용 전기차 EV6는 상대적으로 여파가 덜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 기아는 온ㆍ오프라인을 통해 EV6의 사전예약을 받았다. 그 결과 첫날에만 2만1016대가 몰려 올해 국내 판매 목표(1만3000대)를 160% 초과했다.
다만 기아 EV6는 7월 출시를 예고한 만큼 초기 출고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 중이다. 현대차그룹 내부적으로 오는 6월 중순께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지엠(GM)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 회사의 부평 2공장의 가동률은 지난 2월 8일부터 3월 말까지 50%에 머물렀다. 문제는 이 여파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데 있다. 미국 GM의 감산은 더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차는 차량용 반도체를 유럽에서 조달하고 있는 덕에 상대적으로 수급이 원활하다. 그러나 최근 내수판매 위축과 수출물량 감소 등이 이어진 탓에 반도체 부족 여파가 덜한 것으로 분석된다.
쌍용차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회사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인 쌍용차는 이미 2월 판매부터 전년 대비 4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주요 협력사의 부품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태다.
정부는 이날 제7차 혁신성장 빅3 추진 회의를 열고,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인프라 구축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 역시 자동차용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모비스는 전날 용인 기술연구소에서 신기술 콘퍼런스’를 열고 사업 구조를 바꿔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 전략 가운데 하나가 반도체 직접 생산이다.
고봉철 현대모비스 상무는 “현대모비스가 소프트웨어도 공급하는 회사기 때문에 언젠가는 여기에 최적화된 반도체를 직접 개발해야 한다”라며 “(지난해) 현대오트론 반도체 부문을 인수한 것은 반도체를 잘 사 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