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영의 미래토크] 근본적 전환을 준비하라

입력 2021-04-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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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 경영학부 미래학 겸임교수, 에프엔에스컨설팅 미래전략연구소장

암호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했다. 급등 원인으로 코로나19로 인한 미국 등의 급격한 양적완화를 들고 있다. 디지털화폐의 발행에 따라 지하경제가 암호화폐로 이탈하고 있는 것도 한 이유다. 비트코인 가격 급등은 공적인 국가와 사적인 글로벌기업과 개인의 화폐시스템을 둘러싼 투쟁으로 보아야 한다. 화폐전쟁 1.0이 국가 간 기축통화에 대한 전쟁이라면, 화폐전쟁 2.0은 공적 조직과 글로벌화된 사적 조직 사이의 화폐시스템에 대한 전쟁이라 할 수 있다. 화폐전쟁 2.0은 블록체인 기술의 출현으로 말미암은 것으로, 이를 디지털 전환 차원에서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은 그 의미가 매우 풍부하다. 사용자 경험, 업무 절차,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디지털 정책 모델·디지털 비즈니스 전략, 조직 문화, 정치·경제·사회 시스템 전환 모두 디지털 전환으로 정의된다. 이들 정의는 상충하지 않는다. 이들은 시간을 축으로 디지털 전환의 성숙 단계로 보아야 한다. 사용자 경험, 업무 절차, 디지털 비즈니스와 정책 모델이 현재와 단기 미래에 해당한다면, 디지털 비즈니스 전략과 조직 문화는 중기 미래에 해당한다. 이들이 충분히 성숙한다면 정치·경제·사회 시스템에 근본적 전환을 일으킬 것으로 장기 미래에 해당한다. 화폐전쟁 2.0은 비즈니스 모델·전략과 연계될 것이며, 궁극적으로 정치·경제·사회 시스템 전환의 모습이 될 것이다.

화폐전쟁 2.0 이외에 가상현실 기술의 발달에 따른 메타버스, 디지털 의료와 정밀 의료의 발달, 저궤도 위성 인터넷의 발달 등도 근본적 전환을 가져올 것이다. 이들은 서로 융합하고 결합하여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기후위기 및 미·중의 헤게모니 전쟁과 같은 극단적 사건(X Event)은 코로나19가 그러했듯이 그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다.

산업혁명이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물리적 힘의 증가와 이로 인한 생산성 증가를 가져온 데 그치지 않았음을 기억해야 한다. 노예제는 철폐되고 공장식 교육제도가 채택되었으며 산업자본주의가 발달했다. 산업혁명은 정치·경제·사회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전환했다. 디지털 전환은 슈밥이 말한 4차 산업혁명과 이음동의어이나, 산업혁명의 아류가 아니다. 디지털 전환은 새로운 혁명이며, 산업혁명보다 더 큰 충격과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런데 산업혁명이 본격화된 것이 증기기관 발명 후 근 100년이 지나서였는데,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되는 시기는 언제일까?

2040년 즈음에 도래할 것으로 판단된다. 21세기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20년간 적어도 두 건 이상의 극단적 사건이 발발할 가능성이 있다. 2040년까지는 디지털 기술도 충분히 성숙할 것이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기술은 충분히 발달할 것이고, 의료용 사물통신 기술의 진보와 인구구조의 변화로 디지털 의료는 대중화될 것이다. 화폐전쟁 2.0의 진전은 에너지 효율적이며 거래 속도가 빠른 차세대 블록체인 기술을 등장하게 할 것이다. 저궤도 위성 기반 인터넷은 저개발국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해 2차 자스민 혁명과 사회갈등 및 출산율 하락을 가져올 것이다.

우리나라 대다수 기업은 디지털 전환에 대해 사용자 경험이나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Robotic Process Automation) 정도의 준비를 해 왔다. 디지털 전환의 안전지대에 머물러 있으려 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블록체인에 대한 연구도 진행했으나, 이들 기술의 개념과 한계 및 쓰임새를 명료하게 이해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디지털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을 추진하는 임원진의 디지털 적응도가 낮은 것이 이유다.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로 더이상 안전지대에 숨을 수 없게 되었다. 현실세계의 전장에 나가기 전에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을 할 수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과 디지털 전략 수립은 사고실험에 해당한다. 다양한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을 수립하고, 그 유효성 및 차별적 경쟁력을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보다 과감하게 근본적 전환이 이뤄질 것을 가정하고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기업은 충분히 잘 할 수 있다. 정부는 예측적 정책을 실행하고, 노동조합은 상생을 고려한다면, 기업은 생각을 바꾸고 내적 역량을 활용하며 외부 전문성을 연계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쉽지 않은 길을 잘 헤쳐나왔고, 앞으로 험한 길을 잘 건너리라는 것을 믿는다. 우리 기업이 근본적 전환에 성공할 것을 믿고 신뢰하며, 무한한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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