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영도 되기 전인데”…‘설강화’→‘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JTBC 드라마 ‘수난’

입력 2021-04-0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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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JTBC)
(사진제공=JTBC)

JTBC 드라마가 시작도 하기 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 역사 왜곡 논란에서 비롯된 여진이 JTBC의 새 드라마 ‘설강화’,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등 악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6월 방영 예정인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여성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남성과 그를 치료해 준 여대생의 사랑을 그린 시대극이다. ‘SKY 캐슬’의 유현미 작가와 조현탁 감독이 의기투합했고, 배우 정해인과 해외에서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인 지수가 주연으로 출연한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시놉시스 공개 단계부터 구설에 올랐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남주인공이 운동권 학생인 척하는 간첩으로 설정된 점, 남녀 주인공 이름에서 실존 인물이 떠오르게 한 점, 민주화 운동이 거세게 일던 시기 안전기획부 팀장 캐릭터가 미화된 점이 지적된 것이다.

여기에 한국 드라마 사상 초유의 폐지 오점을 남긴 ‘조선구마사’ 사태가 겹치면서 ‘설강화’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설강화’ 제작진은 27일 입장문을 통해 “‘설강화’는 역사 왜곡 논란과 전혀 관계가 없다”며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결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제작진의 해명에도 ‘설강화’를 향한 비난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설강화의 촬영을 중단해달라’는 청원까지 등장한 데 이어 드라마 제작에 참여한 기업들에 대한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여론을 의식한 듯 ‘설강화’에 가구를 협찬 중인 홍일가구는 “‘설강화’ 측에 가구 협찬 관련 사항을 삭제 요청했다”고 밝혔다.

드라마 폐지까지 요구되는 상황이다. 디시인사이드 ‘설강화’ 갤러리는 JTBC 사옥 앞에서 ‘제대로 된 입장 표명 및 드라마 폐지를 요구한다’라는 문구가 적힌 트럭으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비즈엔터)
(출처=비즈엔터)

‘설강화’의 논란이 식기도 전에 올 하반기 방송 예정인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와 관련한 문제가 발생했다. 이 작품은 중국 추리소설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명인 쯔진천의 ‘동트기 힘든 긴 밤(’長夜難明, 장야난명)을 원작으로 한다. 전직 검찰관인 피해자가 십여 년 전 일어난 살인사건의 진실을 끈질기게 조사하는 내용을 그렸다.

온라인상에서는 ‘장야난명’이 출간됐을 당시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홍보하면서 ‘시진핑 정부 선전 소설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중국 공산당 산하 검찰일보 및 피두 검찰의 공식 웨이보에서 출간을 축하하고 홍보하는 게시글이 올라왔으며, 각 지역 공산당 산하 기관(인민법원, 인민검찰원 등)들이 잇달아 웨이보에 소개하는 등 중국 정부의 홍보 노력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쯔진천 작가는 2019년 SNS에서 홍콩 민주화 운동가들을 폄훼하는 글과 홍콩 독립을 지지하는 동료 작가들을 비판하는 글을 올려 문제가 됐다.

리메이크된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는 평화로운 도심 한복판에 총성이 울린 뒤 테러 용의자가 붙잡혀 신문하는 과정에서 숨겨진 추악한 진실이 드러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배우 한석규와 정유미, 이희준, 김준한, 염혜란, 주석태 등이 출연해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tvN 드라마 ‘빈센조’의 중국산 비빔밥 PPL 논란에 이어 역사 왜곡 및 동북공정 빌미 제공 논란으로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폐지된 가운데, 시진핑 정부 선전 의혹을 받는 중국 원작의 드라마 제작에 대중의 비판은 더욱 날 선 상황이다. JTBC는 이번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사안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은 상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방송이 되기도 전 섣부른 판단으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잘못됐으며, 이는 마치 사전검열과도 같은 것”이라며 “폐지가 능사는 아니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창작의 토대 자체를 위축할 수 있어 앞으로 드라마 제작에 침체가 우려되기도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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