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 품은 빙그레 VS 롯데연합군, 아이스크림 '박빙 승부' 개막

입력 2021-04-04 13:20 수정 2021-04-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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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5% vs 41.5%로 시장점유율 엇비슷…'오마이걸'ㆍ'마미손' 등 빅스타 마케팅ㆍ매운맛 아이스크림 등 신제품 출시로 MZ세대 공략

아이스크림 시장이 양강 구도로 바뀌면서 벌써부터 성수기를 겨냥한 ‘빙과 전쟁’이 시작됐다.

빙그레가 지난해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하면서 기존 4강 체제였던 아이스크림 시장은 ‘빙그레+해태 vs 롯데연합(롯데제과+롯데푸드)’이라는 양강 구도로 재편됐다.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 규모는 할인점의 저가 물량 공세 등으로 감소세지만, 이들 기업은 빅스타 마케팅 및 이색적인 신제품을 앞다퉈 선보이며 전쟁에 본격 나서고 있다.

4일 시장전문 조사회사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은 전년의 1조6230억 원에서 1조5999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이 가운데 빙그레, 해태아이스크림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26.5%, 13%로 단순합산으로만 빙그레+해태는 39.5%다. 롯데제과와 롯데푸드는 각각 27.1%, 14.4%로 롯데 연합의 시장점유율은 41.5%로, 그야말로 ‘박빙'인 셈이다.

(빙그레 공식 소셜네트워크 계정 캡쳐)
(빙그레 공식 소셜네트워크 계정 캡쳐)
빙그레는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이 축소하고 있는데도 지난해 해태 아이스크림 사업을 인수했다. 냉장제품(우유 및 유음료)과 냉동제품(아이스크림)으로 양분된 사업이 정체돼 있어 사업군 볼륨을 키워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빙그레의 냉동 및 기타품목군(아이스크림·기타) 매출은 2010년 3055억 원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 3922억원으로 10년간 4000억 원대를 돌파하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빙그레가 ‘해태 인수 효과’에 힘입어 올해 ‘1조 클럽’에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빙그레가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콘 타입 아이스크림 시장에 해태가 강점을 지닌 만큼 인수 후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해태 인수작업을 마친 결과를 반영할 때 올해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의 예상치는 각각 1조 1176억원, 461억 원으로 추정되며 연간 매출액 1조 원을 넘어서는 첫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빙그레 매출은 전년 대비 10% 가까이 증가한 9591억 원을 기록했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해태아이스크림 영업이익이 2019년 30억 원 적자에서 지난해 소폭 흑자로 전환했고, 유례없는 긴 장마로 인해 부진했던 작년 3분기 냉동부문(별도) 실적에 대한 기저효과 등을 감안하면 영업이익도 개선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롯데제과)
(롯데제과)

양사는 벌써 매운맛 아이스크림 전쟁으로 1라운드에 돌입했다. 빙그레가 공식 소셜네트워크 계정을 통해 매운맛 아이스크림 ‘멘붕어싸만코’ 출시를 예고한 직후 롯데제과가 발 빠르게 ‘찰떡아이스 매운 치즈떡볶이’는 먼저 출시하면서다. 멘붕어싸만코는 만우절을 앞두고 한정판 120만 개로 편의점 유통망을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다.

신제품 경쟁도 뜨겁다. 롯데제과는 ‘메론먹죠스바’로 펀마케팅을 강화한 독특한 신제품을 선보이는가 하면, 디저트 품목을 강화한 나뚜루 시그니처 매장을 여는 등 프리미엄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대체육 및 비건 개발에 가장 공들이는 롯데중앙연구소를 필두로 나뚜루에서는 지난해 비건 아이스크림까지 출시했다. 이 제품은 출시 두 달 만에 누적 판매량 7만 개를 돌파하며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고 있다.

빙그레의 무기는 ‘빙그레우스’ 캐릭터 마케팅이다. 빙그레는 지난해 공식인스타그램을 통해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투게더리고리 경’ 등 자사 제품을 캐릭터화한 마케팅으로 높은 관심을 끌었다. 최근 빙그레는 ‘빙그레우스 시즌 2’를 개설하며 신제품 출시를 예고하거나, 개발 과정을 만화형식으로 공유하는 등 MZ세대와 ‘댓글 소통’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롯데푸드)
(롯데푸드)

양사의 경쟁은 ‘모델 마케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빙그레는 인기 걸그룹 ‘오마이걸’을 빙그레 모델로 발탁했다. 빙그레가 해태 인수 후 처음으로 펼치는 공동 마케팅으로, 슈퍼콘과 마루시리즈 두 제품의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이에 롯데푸드는 래퍼 ‘마미손’을 모델로 기용하며 맞불을 놓았다. 딸기를 활용한 돼지바 핑크와 마미손의 콘셉트가 잘 어울린다는 이유에서다. MZ세대가 열광하는 랩퍼의 이미지를 녹여내 장수브랜드의 보수적인 이미지를 깬다는 셈도 더해졌다.

빙그레 대 롯데연합군의 대결은 급성장하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아이스크림ㆍ빙과류 시장의 이커머스 점유율은 4.6%로 유통채널 중 가장 빠르게 비중이 늘고 있다.

문경선 유로모니터 식품ㆍ영양 부문 연구원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아이스크림 시장은 코로나 집콕족 증가와 홈 디저트류 일상화 등에 힘입어 지난 겨울 반짝 증가를 보였다"라면서 "이커머스 채널에서 빠른 배송으로 아이스크림을 편리하게 받아보려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이커머스 유통 증가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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