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처폰 명가’ LG전자 휴대폰 사업 왜 무너졌나?

입력 2021-04-0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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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시장 진입 늦어…후발주자로 기술 선도 노력했지만 결국 철수 결정

▲LG 프라다폰 2 (사진제공=LG전자)
▲LG 프라다폰 2 (사진제공=LG전자)

'초콜릿폰, 프라다폰, 샤인폰.'

국내외를 막론하고 큰 인기를 끌었던 LG 휴대폰 제품들이다. 피처폰이 시장 주류를 차지했던 2000년대 중반까지 LG전자는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3위까지 기록하며 삼성전자와 함께 시장을 주도했다.

1995년 첫 휴대폰 브랜드인 ‘화통’부터 2009년 ‘싸이언’까지 15년 가까이 순항이 이어졌다. 감각적이고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히트작을 연이어 내놓으며 '휴대폰 명가'라는 별칭까지 얻을 정도였다.

◇피처폰 흥행에 안주…삼성·애플에 치이고 中에 밀리고=2010년 무렵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2007년 1월, 스티브 잡스가 청바지 주머니에서 아이폰을 들어 보이며 휴대폰 시장 대격변기가 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LG전자는 피처폰 시절 영광에 안주하는 우를 범했다. 스마트폰 등장에 따른 시장판도 변화를 과소평가했고, 도리어 피처폰에 집중하라는 자문업체 맥캔지의 조언을 따랐다. 삼성전자가 후발주자로 옴니아, 갤럭시 개발에 나선 시기 LG전자가 내놓은 제품은 뉴초콜릿폰, 프라다폰2 등이었다. 피처폰 시절 인기가 있었던 디자인을 재해석하는 정도에 그친 셈이다.

휴대폰 시장이 스마트폰 중심으로 재편됐을 때에서야 LG전자는 뒤늦은 대응에 나섰다. 2011~2012년 중소업체인 팬택에마저 밀리며 위기감이 고조된 것이다. “모든 역량을 집중해 개발하라”라는 고(故) 구본무 회장의 지시로 탄생한 일명 '회장님폰' 옵티머스G 이후 G시리즈, V시리즈 제품을 내놓으며 시장 따라잡기에 나섰다.

▲LG전자 스마트폰 제품 중 처음으로 누적 판매량 1000만 대를 돌파한 LG G3 (사진제공=LG전자)
▲LG전자 스마트폰 제품 중 처음으로 누적 판매량 1000만 대를 돌파한 LG G3 (사진제공=LG전자)

G2엔 세계 최초 하이파이 음질, G3에는 고화질(HD)보다 4배 선명한 초고화질(QHD) 디스플레이를 세계 최초로 탑재하며 기술 선도에 힘썼다. G3는 LG 스마트폰 최초로 누적 판매량 1000만 대를 돌파하며 휴대폰 사업 부활 희망을 주기도 했다.

다만 한 번 놓친 시장 주도권을 잡기는 쉽지 않았다. LG전자가 옵티머스G를 내놓았을 당시 경쟁사인 삼성은 갤럭시S3와 갤럭시 노트2, 애플은 아이폰5를 내놓으며 충성 고객을 확보한 상태였다. LG전자가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삼성과 애플도 각각 새로운 기술과 제품으로 맞대응했다.

2010년대 중반이 넘어가자 업계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가격을 확 낮춘 실속형 시장에 집중한 화웨이, 샤오미, 비보 등 중국 후발업체들의 공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시장은 애플과 삼성, 중저가는 중국 업체로 양분되면서 LG전자의 입지는 점차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 기간 적자 폭도 꾸준히 늘었다. 2015년 483억 원 적자에서 2016년 1조 원대로 급증했고, 2017년과 2018년 7000억 원대, 2019년 1조 원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적자 폭도 8000억 원대를 넘는다.

적자를 탈피하기 위해 LG전자는 2019년 경기도 평택에 있던 프리미엄 스마트폰 공장을 베트남 하이퐁으로 이전했고, ODM 생산을 대폭 확대해 전체 생산물량의 70% 수준까지 외주생산 비중을 높였다. 지난해 12월엔 ODM 사업조직을 강화하고, 선행연구와 선행마케팅 조직을 통폐합하면서 사업 효율화에 주력했다.

◇지난해 승부수 던졌지만 결국=어려움이 계속되던 2020년, LG전자는 사업 부활을 위한 결단을 내린다. 몇 년에 걸쳐 투자액을 줄여가던 MC사업본부에 1000억 원 넘는 비용을 투입했다. 1000억 원 넘는 투자금액을 스마트폰 사업에 투입한 건 2017년 이후 3년 만이었다.

이를 통해 기존 브랜드인 G·V시리즈를 없애고 '매스 프리미엄'이라는 새로운 포지션을 만들었고, 하반기엔 새로운 폼팩터 개발을 비롯한 스마트폰 혁신 전략인 ‘익스플로러 프로젝트’를 내놨다.

▲뉴욕 타임스스퀘어 광장에서 모델이 LG 윙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LG전자)
▲뉴욕 타임스스퀘어 광장에서 모델이 LG 윙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LG전자)

그러나 야심 차게 던진 승부수는 실패로 돌아갔다. 과거 ‘초콜릿폰’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포부로 나온 매스 프리미엄폰 'LG 벨벳'과 화면이 돌아가는 스위블 스마트폰 'LG 윙'이 모두 흥행에 참패했기 때문이다.

LG 벨벳은 기능은 중급기 수준인데 반해 가격 인하 폭이 크지 않았고, LG 윙은 사용자 편의성보다는 '신기함'에만 초점을 둔 폼팩터라는 점에서 소구성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았다. LG 윙의 경우 출시한 지 8개월이 넘었지만, 국내 판매량이 10만 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다.

결국, LG전자는 휴대폰 사업을 시작한 지 26년 만에 5조 원가량의 적자를 짊어지고 올 7월 사업에서 전면 철수한다. 올해 초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1에서 '롤러블'(말리는) 스마트폰 예고 영상을 공개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개발 단계에서 사업이 중지되며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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