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호 LG '선택과 집중'… 스마트폰 대신 전장 등 '잘 될' 사업 강화

입력 2021-04-05 14:15 수정 2021-04-05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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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이던 선대 회장들과 달리, 실용주의 강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서울 서초구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해 미래형 커넥티드카 내부에 설치된 의류관리기의 고객편의성 디자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 LG그룹)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서울 서초구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해 미래형 커넥티드카 내부에 설치된 의류관리기의 고객편의성 디자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 LG그룹)

LG전자가 5일 26년 만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발표하면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실용주의 전략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선대 회장들이 뚝심으로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갔다면, 40대 젊은 오너인 구광모 회장은 실용주의에 따라 사업성이 낮은 부문에 대한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비주력ㆍ비핵심ㆍ적자 사업들을 과감히 매각하고, 미래 유망 사업에 집중해 왔다.

LG전자가 수년간 적자를 기록한 MC(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사업본부를 철수한 이번 결정 역시 구광모 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누구도 결단 못 했던, 적자 스마트폰 철수 결정

업계는 2018년 6월 취임 후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변화를 추구해온 구광모 회장이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통해 주력 사업 고도화와 미래 사업 육성 의지를 더욱 분명히 드러냈다고 본다.

앞서 구 회장은 취임 후 LG화학의 액정표시장치(LCD) 편광판 사업을 중국 업체에 매각했고, LG전자의 연료전지 자회사 LG퓨얼셀시스템즈를 청산했다. 또 LG유플러스의 전자결제 사업도 스타트업에 매각했다.

반대로 자동차 부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기차 배터리, 인공지능(AI), 로봇 등 확실한 미래 성장 동력에는 과감한 투자와 인수ㆍ합병(M&A)에 나섰다.

지난해 말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파워트레인 분야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했고, 불과 일주일 후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TV 광고·콘텐츠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알폰소를 인수했다.

동시에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배터리, IT 등 유망 분야 스타트업에도 거침없이 투자를 이어 나가고 있다.

▲구광모 LG 대표의 디지털 신년 영상 메시지 스틸 컷 (사진제공=LG)
▲구광모 LG 대표의 디지털 신년 영상 메시지 스틸 컷 (사진제공=LG)

주력 사업 고도화… 전장, AI, 배터리 등 신사업은 강화

LG는 앞으로 전자, 화학, 통신 등 기존 주력 사업을 고도화하고 배터리, 자동차 전장, AI 등 신사업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구광모 회장은 최근 주주총회 인사말을 통해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비핵심 사업을 정비하고 주력 사업과 성장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한다"며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며, 고객 중심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도전을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생활가전과 TV 등 기존 주력 사업은 인공지능 기반 플랫폼 사업 'LG 씽큐', 'webOS' 등을 강화해 고도화하고 있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광고·콘텐츠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알폰소'에 약 8000만 달러를 투자해 지분을 50% 이상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해 가전 사업 중 렌탈(대여)과 관리(케어솔루션) 사업을 전문화해서 키우고 있다.

▲ZKW 헤드라이트 (사진제공=ZKW)
▲ZKW 헤드라이트 (사진제공=ZKW)

전장 사업은 LG 미래 성장동력 가운데 주력 분야다. 오는 7월 마그나 합작법인 출범을 기점으로 인포테인먼트 중심의 VS사업본부, 램프 사업을 하는 ZKW, 파워트레인 담당 '엘지 마그나 이파워트레인' 등 3대 축으로 본격적인 성장 가도에 오르게 된다.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은 개별 고객의 요구를 구체적으로 파악해서 만족시키는 '올포원(All For One)' 전략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병원용 모니터, 상업용 디스플레이, 각종 시설의 맞춤형 로봇 등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신사업의 경우 사내벤처 등 혁신적인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역량 확보를 위한 M&A, 전략적 협력 등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스마트폰 접어도… 모바일 기술 연구는 지속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종료 후에도 CTO 부문을 중심으로 미래 핵심 모바일 기술에 관한 연구 개발은 이어간다.

LG전자 관계자는 "6G(6세대 이동통신), 카메라, 소프트웨어 등 핵심 모바일 기술은 차세대 TV, 가전, 전장부품, 로봇 등에 필요한 역량"이라며 "특히 2025년경 표준화 이후 2029년 상용화가 예상되는 6G 원천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은 물론 사람, 사물, 공간 등이 긴밀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된 만물지능인터넷(AIoEㆍAmbient IoE) 시대를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LG가 이번 스마트폰 사업 철수와 LX 계열 분리를 기점으로 신사업에 자원을 집중하는 전사적 체질 전환을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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