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두드러지면서 국내 자가진단키트 도입을 위해 제품 개발 및 임상 지원에 나섰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5일 열린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에서 “현재 스스로 검체를 채취해서 검사까지 할 수 있는 자가진단키트 중 식약처 승인을 받은 제품은 없다”라며 “지역 감염률이 높아지면서 자가진단키트에 대한 필요성, 수요가 커지면서 관계부처와 업계가 제품 개발과 승인에 필요한 것을 지원하기 위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방역당국은 자가진단키트 활용 방안을 논의하는 전문가 회의를 2일 열었다. 정 청장은 “구체적인 전문가 자문회의 결과는 듣지 못했지만, 자가진단키트 개발과 승인 절차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제품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라고 설명했다.
방역당국이 그간 정확성이 떨어지는 등의 이유로 도입을 검토하지 않았던 자가진단키트를 도입하려는 배경과 관련해 정 청장은 검사 역량을 확대하기 위해서가 아닌, 일반인들의 검사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정 청장은 “현재 유전자 증폭(PCR) 방식의 코로나19 검사 역량은 하루 23만 건이고, 취합검사법으로 검사하면 약 50만 건까지도 하루에 검사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라며 “신속 자가진단키트 도입을 검토하는 이유는 검사 역량을 늘리기 위해서가 아닌 일반인들이 조금 더 쉽게 검사할 수 있게, 직장이나 학교에서 스스로 검사하려는 수요가 있기 때문에 검사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 보조적인 수단으로서의 개발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자가진단키트의 경우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민감도와 특이도가 기존 PCR 방식보다 낮은 만큼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정 청장은 “우리나라에는 신속 자가진단키트 중 허가받은 제품이 없기 때문에 민감도ㆍ특이도가 알려진 부분은 없다. 이 부분은 비인두 검체에 비해선 정확성이 조금 떨어질 수밖에 없고, 검체 채취나 검사방법의 한계로 표준검사법보다 민감도나 특이도가 낮을 것으로 생각된다”라면서도 “그 한계를 알고 적절하게 보조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식약처에서 스스로 검체를 채취해 검사할 수 있는 자가진단키트로 품목허가 승인을 받은 제품은 하나도 없다. 피씨엘은 가정용 코로나19 항체 진단키트와 관련해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국내 식약처에도 정식허가를 신청했는데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지난 1월 오스트리아 정부는 피씨엘의 코로나19 항체 진단키트를 자가검사 품목으로 등록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개인에게 일주일에 3개씩 코로나19 항원검사키트를 제공하는데 이번 결정으로 임신 테스트기처럼 피씨엘의 제품을 개인이 약국에서 사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휴마시스도 지난달 코로나19 항원 진단키트와 관련해 체코에서 자가사용 인증을 획득했다. 체코 정부는 지난달부터 코로나19 항원검사를 환자가 직접 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공하고 월 4회 시험에 드는 비용을 주정부의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내용의 지침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자가 진단을 위해서는 체코 보건부 웹사이트에 등록된 회사의 제품만 사용할 수 있는데 휴마시스의 코로나19 항원 진단키트는 자가 사용 시약 인증을 완료하고, 체코 보건부 사이트에 등록됐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은 꾸준히 자가진단키트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고 질병관리청에 요청하고 있다.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병원에 가거나 선별진료소 방문할 때 2차 감염이 일어날 수 있고 스스로 관련 증상이 나타날 때 빠르게 자가격리할 수 있고,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자가진단키트 도입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