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로] 지역 주도의 국가균형발전

입력 2021-04-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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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록 광주전남연구원 융복합산업연구실장

최근 지방대학의 정원 미달 소식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지방소멸의 위기를 체감하게 해 주었다. 국민의 절반이 수도권에 살고 있다는 말은 이제 진부하게까지 들린다. 역대 정부는 4대 초광역권, 5+2 광역경제권, 지역행복생활권 등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다양한 추진 전략을 펼쳐 왔다. 과거에는 정부가 주도하고 지역이 참여하는 형태였다면 이제는 지역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 전략이 중앙정부에 의한 하향식의 획일적인 광역화 전략이라면 최근의 유연한 광역권 전략은 상향식, 지역 주도의 전략이다. 중앙정부는 지역 주도의 광역화 전략이 만들어질 때 제도화와 입법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초광역 협력 프로젝트 지원을 위해 균형발전특별회계에 지역협력계정을 신설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

작년부터 초광역화, 초광역 발전전략이 화두로 등장했다. 그러면서 그 대안으로 3+2+3 전략을 내세웠다. 그랜드 메가시티(수도권, 동남권, 충청권), 행정통합형 메가시티(대구경북, 광주전남), 강소형 메가시티(전북권, 강원권, 제주권)를 의미한다.

부산·울산·경남을 하나의 생활·산업·경제권으로 묶는 ‘부울경 메가시티’ 조성이 속도를 내고 있다. 동남권 메가시티는 부산, 울산, 창원 등 3개 대도시권을 중심으로 4개의 광역권과 연계하여 수도권에 대응하는 거대한 생활·경제·문화·행정공동체를 구현해 보자는 것이다. 인구 800만의 부·울·경은 제2의 국가 성장축으로, 2040년 동북아 8대 광역경제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구와 경북까지 포괄하는 영남권 그랜드 메가시티를 위한 연구도 시작되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특별자치정부를 표방하며 2040년 글로벌 경제권으로의 도약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자치분권, 균형발전, 글로벌경쟁을 목표로 하여 대구 대도시권(혁신성장 경제권), 북부권(청정자원 경제권), 동해안권(해양에너지 경제권) 등 3대 거점 경제권을 형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행정통합 이슈에서 대구와 경북은 동력이 점차 줄어들고, 광주와 전남도 지지부진하다. 행정통합, 메가시티, 특별연합 등 다양한 용어가 등장하지만 이런 내용을 이해하면서 찬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지역 주민이 얼마나 될까 싶다. 유형과 명칭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지역발전을 위해 논의하는 과정일 것이다. 따라서 지역 주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하고 충분한 숙의, 토론 절차가 필요하다.

지역에서는 각자도생이 아닌 상생발전을 목표로 하여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역 간에 어떤 방식으로든 손을 맞잡으면 정부 공모사업 대응이나 기업 투자유치, 공공기관 이전 등 여러모로 출혈경쟁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수도권의 자원 집중화에 대응하고 경쟁하기 위한 규모의 경제가 기본 논리다.

지역이 주도하여 초광역화 이슈를 부각시키고 있으니 정부가 귀를 기울이고 정책적인 지원을 준비해야 한다. 문제는 기울어진 운동장인데, 갈수록 기울기가 심해지니 지역이 참다 못해 움직이는 것이다. 비수도권의 한 광역지방자치단체의 힘으로는 수도권 블랙홀 현상을 이겨내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논의들이 등장한 것이다. 국가균형발전은 지역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 맞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의 면적은 우리나라 전체 면적의 약 12%를 차지한다. 인구는 50%이상이 집중되어 있다. 수도권에 인구와 기능이 집중되면서 지역 간 격차가 점점 더 심해진다. 국가균형발전을 계속 부르짖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지방에 문제가 있어서 지방이 소멸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수도권에 있다. 인구, 교육, 기업, 문화 등 사실상 모든 것들이 집중되어 있으니 지방에서 뭘 해볼 수나 있겠나? 과감한 수도권 기능 분산이 필요하다. 너무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파격적인 수도권 역차별까지 고민해야 한다. 보다 실용적인 정책 패러다임 전환과 유연한 추진 방식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국가균형발전을 미완의 꿈으로만 남아 있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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