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두산주류 인수로 본 주류업계 기상도는?

입력 2008-12-23 16:59 수정 2008-12-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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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칠성은 '맑음' 하이트맥주는 '흐림' 진로는 '비바람'

롯데칠성음료가 '처음처럼'이라는 소주 브랜드로 유명한 두산주류 BG(Business Group) 인수를 추진함에 따라 향후 국내 주류업체간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한 경쟁이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22일 주류사업부문인 두산주류BG 매각 입찰에서 참여업체 5곳 가운데 롯데칠성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두산과 롯데칠성은 계약 조건 등에 관해 세부 협상을 매듭지은 뒤 조만간 본계약을 체결하고 향후 3~4주 동안 실사를 거쳐 오는 2009년 2월말께 최종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주류업계는 롯데칠성의 두산 주류사업부 인수를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롯데칠성이 국내 음료시장을 넘어 주류시장 진출을 공식적으로 천명함에 따라 국내 최대 종합 주류회사인 '하이트-진로'그룹에 버금가는 대형 메이저 주류업체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롯데칠성은 이미 국내 위스키 '스카치블루'를 비롯해 전통주 '천인지오', 수입 포도주 등 다양한 주류사업을 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롯데칠성의 주류시장 진출로 위스키 중심의 주류사업에서 소주, 와인 등으로 이어지는 주류 전 제품의 라인업을 형성, 롯데의 막강한 자금력과 유통망을 통해 종합 주류회사로 도약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경쟁사이자 기존 국내 주류시장의 강자로 지위를 공고히 다져온 진로와 하이트는 롯데칠성과의 시장점유율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라 양사의 내년도 수익성에도 상당 부분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롯데칠성, 우량한 재무구조 기반으로 주류부문 시너지 효과 기대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이 이번 두산주류BG 인수를 위해 제시한 가격은 5000~6000억원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의 주류부문 매출은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3419억원, 21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된 반면 롯데칠성의 경우 지난 3분기말 기준으로 약 3700억원의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인수 여력은 충분한 상황이었다.

전문가들은 음료시장의 전반적인 정체로 성장 및 수익성 측면에서 개선을 도모하는데 한계에 직면했었다고 진단, 이에 롯데칠성이 적정한 가격으로 주류사업 부문을 인수할 경우 이는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롯데칠성은 이번 두산주류 인수로 기존 주류 부문과의 시너지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는 점 외에 향후 주류 시장에서 시장 지위가 제고될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인수라는 평가다.

노세연 삼성증권 연구원은 "위스키 사업 영위로 주류 유통망에 대한 경험이 있어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기존 주류업체와의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는 가운데 경쟁사의 매출 및 영업이익 기여도를 고려했을 때 주류 사업부문의 확대는 롯데칠성의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 효과를 분명히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진로, 롯데칠성과의 전면전 불가피..내년 상장 계획도 차질

일각에서 제기됐던 사모펀드에 두산주류가 매각되지 않고 전략적 투자가인 롯데칠성이 인수에 성공하면서 진로의 경우 향후 롯데와의 시장점유율 확보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당초 사모펀드에 매각될 경우 두산의 시장점유율 확대 정책을 지양하고, 수익성 위주의 경영 전략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기대에 힘입어 진로는 시장점유율 끌어 올리기 작업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같은 기대는 이제 물건너 갔다.

롯데칠성이 두산의 주류산업 부문을 인수함에 따라 오는 2009년 하이트홀딩스의 자회사인 진로의 상장 여부도 낙관할 수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홀딩스는 현재 진로의 6개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진로 상장 실패시 풋옵션 행사를 보장한 상황이다.

투자자들간의 계약내용은 다소 상이하나 오는 내년 2월에 1170억원, 3월에 2000억원, 2010년 9월에 82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내년도 풋백옵션 금액인 3170 억원의 금액은 시간상의 제약을 고려해 볼 때 하이트 홀딩스가 현금 상환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박종록 한화증권 연구원은 "3170 억원의 금액은 하이트홀딩스의 재무상태를 살펴볼 때 차입과 자산매각을 통해 상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나 2010년 상환금액인 8200 억원은 상환에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올해 진로의 예상 주당순이익(EPS)이 3500원 가량이라는 점과 향후 롯데칠성과의 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고려시 진로의 상장 기준가격인 5만원 중반은 힘겨워 보이고 상장 여건 또한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하이트맥주, 하이트홀딩스 지원으로 MS 끌어올리기 쉽지 않을 듯

하이트 그룹은 지난 7월 하이트 맥주의 진로 상장 관련 리스크를 해소하고 기업가치 재평가를 위해 하이트 홀딩스(지주회사)와 하이트 맥주(자회사)를 분리 상장했다.

그러나 오는 2010년 9월까지 하이트홀딩스의 자금 확충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가운데 진로 상장에 실패할 경우 하이트 맥주가 하이트홀딩스를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이트그룹내 하이트홀딩스를 실질적으로 지원 가능한 여력이 남아 있는 기업은 사실상 하이트 맥주이기 때문이다.

하이트홀딩스의 하이트맥주 지분이 6.76%에 불과해 현재까지 법적으로 지주회사와 자회사 관계가 아니므로 상호 채무보증금지와 같은 법적 적용을 받지 않아 우회적 지원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렇게 될 경우 하이트홀딩스 지원에 따른 여유자금 감소로 인해 공격적인 시장점유율 확대 전략을 수립하는데 차질으 빚을 수도 있는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두산주류가 나름의 강점을 보였던 소주시장과 맥주시장이 대체가 아닌 보완재로 인식되고 있다는 관점에서 놓고본다면 어느 정도의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지나 당장의 시장점유율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하이트맥주의 또 다른 부정적 시나리오는 롯데의 OB맥주 인수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이다.

세계 최대 맥주회사이자 OB맥주의 최대주주인 벨기에 인베브사는 미국의 안호이저-부시사 인수로 인해 OB맥주의 매각 가능성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OB 맥주의 매각대금이 1조50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되고 롯데의 주류사업 전략상 롯데가 가장 강력한 인수후보로 예상되는데 이 마저도 인수에 성공할 경우 사실상 모든 주류를 취급하는 국내 유통업체로 도약할 것이라는 인식에 기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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