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베이징 동계올림픽, 제2의 모스크바 올림픽 되나…미국 “동맹과 공동 보이콧 논의”

입력 2021-04-0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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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현되면 1980년 모스크바 이후 처음
미·중 신냉전 시대 공식 선언하는 셈
국무부 “논의한 적 없다” 뒤늦은 해명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제2의 모스크바 올림픽이 될 위기에 처했다. 개막 1년이 채 남지 않은 시점에 미국이 동맹국들과 공동으로 불참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6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베이징 올림픽 공동 보이콧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우리가 반드시 논의하려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보이콧에 대한) 집단적 접근은 우리의 이익뿐 아니라 동맹국의 이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아직 결정을 내리진 못했지만, 중국의 엄청난 인권 탄압을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2022년을 얘기하고 있고 아직 대회까지 시간은 남았다”며 “(보이콧 결정) 시한을 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논의는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정치 리스크 컨설팅 업체인 유라시아그룹은 “서방 정부와 기업들은 중국의 인권 탄압에 대해 항의하는 차원에서 올림픽에 불참하라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며 “실제로 이를 강행하면 외교 관계 동결과 서구 브랜드에 대한 광범위한 불매 운동 등 중국의 가혹한 보복을 촉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징 올림픽은 내년 2월 4일 개막을 앞두고 있다. 미국은 이전에도 국제사회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카드로 동맹국과 함께하는 외교적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외교적 보이콧은 선수는 출전시키되, 정부 대표를 아예 보내지 않거나 대표단 급을 낮추는 방식을 의미한다. 선수 보이콧 가능성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실제로 선수마저 불참하는 보이콧이 일어나면 미·중 신냉전 시대를 확실하게 선포하는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 미국 전직 재무부 관리는 “이는 사실상 냉전을 선언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미국은 1984년 소련보다 36년 제시 오언스가 되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

과거 미국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반발해 1980년 개최한 모스크바 올림픽에 불참했고, 이후 소련도 다음 대회인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 불참하며 맞불을 놓았다. 반면 흑인 육상선수 제시 오언스는 1936년 독일 나치 시절 베를린 올림픽에 참가해 4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불참보다 올림픽에 참가해 상대를 압도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 내 인권 탄압을 놓고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은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미국은 신장 위구르 소수 민족 인권 탄압 혐의로 중국 정부 관계자 2명을 제재 명단에 올리기도 했다. 이후 유럽연합(EU)과 영국, 캐나다 등도 제재에 동참했다. 중국에서는 인권 탄압에 우려를 표하는 글로벌 패션브랜드 H&M과 나이키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대변인 발언 이후 파문이 커지자 국무부는 수습에 나섰다. 국무부는 성명에서 “2022년 올림픽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우리는 동맹국과 공동 보이콧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여전히 전문가들은 외교적 보이콧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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