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전자 깜짝실적 이후 반도체 위기 먹구름

입력 2021-04-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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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1분기 65조 원의 매출과 9조3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깜짝실적을 기록했다. 반도체가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반면, 스마트폰(모바일)과 TV·가전 등이 실적 향상을 주도했다.

삼성은 7일 1분기 경영실적 잠정집계 결과를 발표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17.5%, 영업이익은 44.2%나 늘어났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전망치(컨센서스)를 크게 웃돈다. 삼성은 사업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반도체(DS) 영업이익이 3조6000억 원, 모바일(IM) 4조6000억 원, 소비자가전(CE) 1조 원 정도로 추정된다.

반도체는 메모리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미국 텍사스주 한파에 따른 오스틴공장의 가동중단이 발목을 잡았다. 대신 스마트폰과 TV·가전은 코로나19 장기화로 그동안 억눌렸던 글로벌 소비가 늘어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적으로 삼성의 탄탄한 사업 포트폴리오가 예상보다 훨씬 좋은 실적을 이끈 것이다.

국내 경기가 여전히 코로나19 영향권에서 부진한 가운데 한국 대표기업 삼성의 돋보이는 실적이 회복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삼성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막대한 비중은 굳이 강조할 것도 없다. 이날 발표된 LG전자의 1분기 실적도 매출 18조8057억 원, 영업이익 1조5178억 원으로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이 27.7%, 영업이익은 39.2% 증가했다.

일단 2분기에도 실적 전망은 밝다. 삼성은 반도체 가격상승 효과가 본격 반영되고, 오스틴공장 중단의 악재를 털면서 이 부문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1분기에 좋았던 스마트폰과 가전은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차질 등의 영향을 받아 실적이 저조해질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의 경우 스마트폰 철수 효과와 집중 육성하고 있는 전장(電裝)사업으로 이익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당분간의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앞으로가 문제다. 삼성의 주력이자 한국의 최대 수출상품인 반도체에 위기의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삼성은 그동안 과감한 투자와 기술혁신을 통한 ‘초(超)격차’로 시장 우위를 확보하고 한국 경제를 지탱해왔다. 그러나 갈수록 확대되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은 ‘반도체 내셔널리즘’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 유럽 모두 국가적 과제로 반도체 자급력을 높이기 위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양상이다. 메모리 세계 최강자인 삼성의 입지가 ‘샌드위치’ 신세에 몰리고 시장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금 가장 중요한 순간에 삼성은 경영 리더십의 위기까지 가중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수감으로 총수가 부재한 상황에서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는 심각한 불확실성에 놓여 있다. 정말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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