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7 재보궐선거와 관련해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거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부동산 정책 등 국정 방향 변화 요구는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8일 오전 브리핑을 열고 "문 대통령은 재보선 관련,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이며, 더욱 낮은 자세로 보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정에 임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코로나 극복, 경제 회복, 민생안정, 부동산 부패 청산 등 국민의 절실한 요구 실현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예상을 넘어선 큰 패배에 청와대는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남은 임기 동안 국정동력 확보가 쉽지 않은 것은 물론 정권 재창출마저 불투명해졌다는 불안감이 엿보인다. 그동안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기대던 더불어민주당마저 이번 선거과정에서 거리두기를 시작하는 기류가 감지되면서 국정 장악력은 크게 훼손된 상태다.
자칫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론의 불똥이 청와대로 튈 우려도 있다. 이미 여권에서는 조국사태부터 시작된 민심이반이 추미애 사태, 청와대 참모 부동산 투기논란 등으로 이어지며 선거에 악영향을 준데다 민주당이 당헌ㆍ당규에 어긋나는 후보를 내는데도 문 대통령이 침묵했다는 점 등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문 대통령이 현재의 정책방향을 바꿀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부동산 공급 정책, 코로나 방역 대책 등 현재 추진 중인 정책들의 성과를 빨리 내기 위해 드라이브를 걸 확률이 더 높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제는 얼마 남지 않은 임기안에 눈에 보이는 결실이 나오느냐 여부다. 주택공급에는 수년간의 시간이 소요되고, 코로나 상황은 4차 대유행을 우려할 정도로 위태롭다. 여기에 이번 선거에서 민심이반을 확인한 공직사회가 업무 수행에 적극적으로 나설지도 미지수다. 조만간 차기 대선 레이스에 돌입하면 청와대 보다는 유력 대권 주자들을 중심으로 정국 구도가 재편될 공산도 크다.
이렇게 될 경우 문 대통령의 국정 기조 유지 노력은 정국 반전의 기회로 작동하기보다는 고집이나 집착으로 비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부동산이나 경기 회복, 코로나 백신 등 피부에 와닿는 문제들의 해결이 미진할 경우 역풍을 부를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부동산 등 정부 정책 기조 변화에 대한 검토가 있을지를 묻는 질문에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극복, 경제회복과 민생안정, 부동산 부패 청산 등이 이번 선거를 통해 나타난 국민의 절실한 요구라고 판단했다"며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은 흔들림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답했다. 적어도 당분간은 '마이웨이'를 가겠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