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굳이 왜 풀어?" 태릉CC 개발 놓고 오세훈-변창흠 갈등 빚나

입력 2021-04-1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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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왼쪽) 서울시장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오세훈(왼쪽) 서울시장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태릉골프장(CC) 부지 개발을 두고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과 갈등이 예상된다. 국토부는 지난해 8·4대책 발표 이후 태릉CC에 1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오 시장은 이를 반대하고 있어서다.

오 시장은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태릉CC 부지 개발에 반대한다는 공약을 내놨다. 그의 '우리동네 공약' 노원구 공약을 살펴보면 "태릉골프장 개발계획 전면 중지 및 재검토"라는 내용이 담겼다.

문제는 태릉CC 부지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라는 점이다. 앞서 정부는 2018년에도 태릉CC 택지 조성 방안을 검토했지만,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반발로 그린벨트 해제가 벽에 부딪히면서 추진되지 못한 바 있다.

이번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오 시장 역시 태릉CC 부지의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그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도 다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집 지을 곳이 많은데 왜 그린벨트를 해제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당장에 공공 주도 주택 공급을 발표하려다 보니 자꾸 국공유지 중에 그린벨트 해제를 언급하는데, 그린벨트는 우리 후손을 위해서도 안 푸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건축·재개발 문제를 우선적으로 풀면 주택 공급 문제가 해결돼서 태릉CC처럼 그린벨트 해제를 언급할 필요도 없다"며 "이런 점을 감안해 그린벨트는 최대한 보호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관건은 정부가 태릉CC 부지 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을 어느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하느냐다. 현행법상 태릉CC는 국방부 소유 땅이지만, 그린벨트 지역이기 때문에 그린벨트 해제를 위해서는 서울시와의 협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서울시의 반대가 있다고 해서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30만㎡ 이하 규모의 그린벨트 지정·해제 권한은 2016년 광역시장·도지사에게 이양됐다. 하지만 공공주택 건설 등을 위해서라면 국토부 장관이 직권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다. 특히 태릉CC 개발 부지가 82만㎡에 달해 30만㎡ 이상 규모라는 점에서도 그린벨트 해제를 위한 국토부의 권한에 힘이 실린다. 이런 점을 들어 사퇴를 앞둔 변 장관이 이 일대 그린벨트를 직권으로 해제하고 공공 개발을 강행할 가능성도 크다.

물론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여론이 더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노원구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태릉CC 부지 개발 반대 목소리를 꾸준히 내면서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주민들은 오승록 노원구청장에 대해서도 주민소환 운동 추진 움직임을 보인다. 국토부와 서울시에는 태릉CC 개발 반대와 관련한 민원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오 시장이 여론을 등에 업고 변 장관과 맞설 가능성이 충분한 이유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태릉CC의 그린벨트 해제와 주택 공급을 놓고 중앙정부는 지금이라도 국토부가 서울시, 지자체와 다시 협의하는 게 옳다"며 "이 과정에서 현재 반발하는 주민들을 설득하고 이해할만한 기획안이 나오면 개발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하고, 그게 안 된다면 다시 원칙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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