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금융, 글로벌 고위험 자산 버블 팽창 주범으로 지목

입력 2021-04-11 16:15 수정 2021-04-1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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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투기등급 채권 발행 234조로 사상 최대
스팩 상장 급증·가상화폐 시장 팽창 배후로도 꼽혀

그림자금융이 글로벌 고위험 자산 버블 팽창 주범으로 지목됐다.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고위험 자산이 팽창하는 이면에는 기존 금융규제 틀 밖에 있는 그림자금융을 통한 거래 활성화가 있다고 11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분석했다.

미국 유람선 대기업인 로얄캐리비안크루즈가 3월 29일 발행한 회사채 금리 수준에 시장이 놀랐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2월 이 회사 신용등급을 ‘B’로 강등했지만, 회사채 금리가 5.5%로 지난해 5월(약 11.7%)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 그림자금융을 통한 자금 수요가 넘쳐나면서 이런 고위험 회사채 금리가 하락했다고 닛케이는 풀이했다.

이처럼 투자적격등급(BBB)에 못 미치는 ‘투기등급’ 채권 발행이 높은 수요에 힘입어 급증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전 세계의 투기등급 채권 발행액은 1분기에 2083억 달러(약 234조 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용등급이 낮은 여러 기업 대출채권을 묶은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발행이 급증하는 것도 우려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화점 중 하나였던 CLO는 지난해 총 6623억 달러로 5년 만에 50% 늘었다.

주식시장에서는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상장이 뚜렷하게 늘고 있다. 2016년부터의 누계 자금 조달액이 올해 3월 2179억 달러로 반년 만에 2.4배 증가했다.

가상화폐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도 현저하다. 가상화폐 시가총액은 이달 2조 달러를 넘어 세계 1위 시총 기업인 애플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세계 금융당국은 2008년 금융위기가 재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규제를 강화했지만, 그림자금융은 규제 허점을 이용해 팽창했으며 이는 상기 고위험 자산군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닛케이는 풀이했다. 일례로 최근 월가에 파문을 일으킨 아케고스캐피털 사태로 주목을 받게 된 패밀리오피스는 대표적인 그림자금융으로 꼽히는데 그 자산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약 5조90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헤지펀드(3조6000억 달러)와 벤처캐피털(1조3600억 달러)을 웃도는 규모다.

※ 용어설명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

중앙은행의 규제를 덜 받으면서 은행과 유사하게 자금을 대출하는 금융기관이나 상품을 가리킨다. 증권사나 대부업체 등 비은행권 금융기관과 이들이 취급하는 대출상품이 여기에 해당한다.

글로벌 금융규제 협의체인 금융안정위원회(FSB)는 2018년 총회에서 자금 공급 등 긍정적 기능에도 용어 자체가 부정적 어감이 있다며 ‘비은행 금융중개’를 대체 단어로 제시했지만, 여전히 그림자금융이 더 많이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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