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K8은 K7의 후속으로 등장했다. 현대차 그랜저와 맞대결을 펼치는 대신 한 단계 윗급을 노린다. 기존 준대형 세단과 차별화를 위해 디자인과 성능, 상품성을 한 단계 높이려 한 기아의 노력이 K8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12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호텔 시승행사장에서 만난 K8의 첫인상은 우람했다. 5m가 넘는 길이(전장) 덕분이다. K8은 그랜저(4990㎜)는 물론이고 제네시스 G80(4950㎜)보다도 더 긴 5015㎜의 차체를 확보했다. 차체가 전체적으로 낮고 길어 안정감과 웅장함을 동시에 준다.
전면부는 기아의 새로운 로고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K8에 처음 사용된 기아의 새 로고는 낯설긴 해도 세련된 인상을 완성한다.
외관 곳곳에는 기아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 ‘오퍼짓 유나이티드'가 반영됐는데, 그랜저가 떠오르는 부분이 곳곳에 있다. 범퍼 일체형 라디에이터 그릴은 보석 문양을 넣어 반짝이고, 그릴 양옆에서 주간주행등과 방향지시등 기능을 하는 ‘스타 클라우드 라이팅’도 다이아몬드 모양을 갖춰 고급스러움을 키운다. 모두 그랜저에서 처음 선보인 디자인과 유사하다.
옆모습은 2열 뒤쪽 루프 라인이 뚝 떨어지며 쿠페에서 느낄 수 있는 비율을 갖췄다. 트렁크가 짧은 K5가 떠오른다. 그랜저와 달리 역동성을 강조한 부분이다. 후면부에 자리한 가로형 리어램프는 넓은 차체 폭을 드러내고, 그 아래 신규 로고와 K8 엠블럼만 자리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실내는 안락하면서도 고급스럽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처음 적용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다. 12.3인치 디스플레이 두 개가 부드럽게 구부러지며 계기반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담아냈다. 운전석을 중심으로 화면이 위치하며 운전 중에 보기에도 편하다. 다만, 두 디스플레이 사이와 테두리에 남은 공간이 많아 좀 답답하기도 하다.
인포테인먼트와 공조 버튼은 하나의 디스플레이 안에 모았다. 버튼을 누르면 두 시스템이 전환된다. 익숙해지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물리적으로 누르는 버튼이 거의 없어 실내가 더 깔끔하게 정돈된 느낌을 준다. 전자식 변속 다이얼(SBW)이 자리한 센터콘솔은 운전자 몸쪽과 가깝게 점차 높아진다. 기어 조작 시 손을 많이 움직일 필요가 없어 편하다.
시승한 차는 3.5가솔린 엔진을 얹은 시그니처 트림이다. 전륜구동 모델인 이 차는 최고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36.6kgㆍm의 힘을 낸다. 가속페달을 밟는 족족 육중한 차체는 부드럽게 앞으로 나아간다. 저속에선 3.5 가솔린 엔진의 낮은 소음이 들리는데, 힘이 느껴질 뿐 거슬리지 않는다. 저속보다 시속 60㎞ 이상 속도를 내고 있을 때 가속력이 더 좋다. 고속 주행 시 머뭇거림 없이 원하는 만큼의 속도를 낸다.
속도가 붙어도 실내는 고요하다. 고속에서는 ‘메리디안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이 진가를 발휘한다. 영국의 고급 오디오 제조사 메리디안과 현대모비스가 함께 개발한 이 시스템은 생생함이 살아있는 수준급 음향으로 실내를 채운다. 속도를 내도 음질이 깨지거나 소음에 묻히지 않는다. 속도 변화에 따라 오디오 음량과 음질을 자동으로 보정해주는 ‘인텔리-큐’ 기능을 갖춘 덕분이다.
선택 사양인 에르고 모션 시트는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운전자의 몸을 꽉 잡아줘 안정감을 준다. 광장동에서 출발해 남양주시를 고속도로와 국도로 오간 왕복 80여km 연비는 리터당 11.9㎞로 기록됐다.
가격은 4912만 원이다. 2.5 가솔린 모델은 3279만 원부터 시작한다. K8은 주행 성능, 상품성 면에서 국산 차뿐 아니라 수입 준대형 세단까지도 긴장시킬 자격이 있다. 준대형 세단의 판도를 바꿀 새로운 강자가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