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과 소통하겠다던 김남국, 친여 커뮤니티에서는 '좌표' 찍어 논란

입력 2021-04-13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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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30 세대들의 쓴소리를 듣기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 등과 소통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정작 친여 성향의 커뮤니티에서는 일명 '좌표 찍기'로 도움을 요청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남국 의원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에펨코리아 커뮤니티 유저 여러분을 찾아뵈려고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뉴시스)
▲김남국 의원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에펨코리아 커뮤니티 유저 여러분을 찾아뵈려고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뉴시스)

김남국 의원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에펨코리아 커뮤니티 유저 여러분을 찾아뵈려고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에펨코리아는 동시 접속자가 5만~8만 명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큰 2030 남성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로, 축구 게임 '풋볼 매니저' 유저들을 중심으로 성장한 커뮤니티다. 지난 4·7 재보궐선거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의 72.5%, 30대 남성의 63.8%가 오세훈 후보를 선택한 것으로 볼 때, 2030 남성 이용자가 많은 이곳은 반정권적 성향이 강한 곳으로 분류된다. 특히, 문재인 정부 초기에는 '친문(親文)' 성향이었다가 '인국공·조국 사태' 등을 거치며 '반문(反文)'으로 돌아섰다.

▲김 의원은 "(에펨코리아가) 저에 대해서 가장 많은 비판을 하는 사이트인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진짜 용기를 내서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출처=김남국 의원 페이스북 캡처)
▲김 의원은 "(에펨코리아가) 저에 대해서 가장 많은 비판을 하는 사이트인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진짜 용기를 내서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출처=김남국 의원 페이스북 캡처)

김남국 "저에 대해 비판하는 사이트 가서 이야기 듣고 싶다"

김 의원은 "(에펨코리아가) 저에 대해서 가장 많은 비판을 하는 사이트인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진짜 용기를 내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국회의원도 특별할 거 없고, 진짜 별거 없다. 다 사는 것이 비슷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엄청 난해하고 심각한 법안 가지고 치열하게 고민하기도 하지만, 또 편한 시간에는 가끔 배틀넷에 접속해서 스타도 하고 롤도 한다. 나이는 좀 먹었지만 20살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더 가깝게 소통하고 민주당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 솔직하게 갑자기 확 바뀌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잘 아시는 것처럼 당내 상황도 있고, '에펨코리아' 유저분들이 고민하시는 것처럼 여러 어려움이 있다"며 "그럼에도 듣고 싶다. 바꿀 수 있는 작은 것들이 있으면 바꿔나가고, 민주당 내에 의원님들 생각을 조금씩 바꿔 나갈 수 있도록 생각을 전달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남국 의원은 12일 방송된 KBS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통하겠다는 입장을 미리 밝힌 바 있다. 김 의원은 추진 중인 청년 세대 간담회에 민주당 지지자들만 오는 것 아니냐는 진행자의 지적에 "그렇게 안 하려고 저를 제일 욕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글을 남겨 그분들의 의견을 적극 청취하려는 생각"이라며 "저희 지지자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의 의견을 더욱더 소중하게 듣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김 의원이 직접 에펨코리아 커뮤니티에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도 친여 커뮤니티로 분류되는 딴지일보에 글을 남겨 에펨코리아 가입을 당부했다는 것이다. (사진출처=딴지일보 게시판 캡처)
▲문제는 김 의원이 직접 에펨코리아 커뮤니티에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도 친여 커뮤니티로 분류되는 딴지일보에 글을 남겨 에펨코리아 가입을 당부했다는 것이다. (사진출처=딴지일보 게시판 캡처)

김 의원, 딴지일보에서 '좌표 찍기' 논란…"에펨코리아 가입해달라"

김 의원의 이러한 행보는 지난 9일 재보궐선거 참패와 관련해 당내에서 '2030세대의 불만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문제는 김 의원이 직접 에펨코리아 커뮤니티에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도 친여 커뮤니티로 분류되는 딴지일보에 글을 남겨 에펨코리아 가입을 당부했다는 것이다. 딴지일보는 김어준 씨가 만든 친문 성향의 커뮤니티다.

김 의원은 12일 딴지일보에 "에펨코리아를 포함해서 에브리타임 등등 여러 사이트에서 직접 소통하고 정말 우리 당이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 해나가겠다.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말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딴게이(딴지 회원) 선배님들께서 말씀해주신 에펨코리아를 비롯해서 여러 커뮤니티 소통 창구를 함께 하겠다. 다들 가입해달라, 필수!"라고 적었다. 이는 에펨코리아 회원들과 소통할 때 자신을 지원해달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김 의원의 글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일명 '좌표 찍기'로 여겨진다. 좌표 찍기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커뮤니티나 게시물 등에 이른바 '좌표'(위치)를 찍고 댓글을 달거나 비추천 테러를 하는 등 공격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김남국 의원을 향해 13일 "그냥 주변 사람과 대화를 많이 하라"고 조언했다. (사진출처=이준석 전 최고의원 페이스북 캡처)
▲국민의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김남국 의원을 향해 13일 "그냥 주변 사람과 대화를 많이 하라"고 조언했다. (사진출처=이준석 전 최고의원 페이스북 캡처)

에펨코리아 측 "좌표 찍기 하지 말라"…이준석 "그냥 주변 사람과 대화해라"

이에 에펨코리아 운영진은 "펨코(에펨코리아)에 좌표 찍기 하지 마시길 바란다. 정치인이 소통을 명목으로 타 사이트에 좌표를 찍는 행위는 정상적이지 않다"며 "타 사이트에 피해를 주는 행위는 자제를 부탁드린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또한, 분란을 막기 위해 신규회원 가입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딴지일보 등 친여 성향의 커뮤니티 회원들이 새로 유입되면서 커뮤니티 내 분쟁이 커질 가능성을 사전에 막겠다는 것이다.

한편, 국민의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에펨코리아와 소통하고 싶다고 밝힌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13일 "그냥 주변 사람과 대화를 많이 하라"고 조언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커뮤니티가 일반 대중 중에서 ‘글 쓰고 놀 정도의 적극성이 있는 부분집합’ 정도라고 인식하면 되는데, 뭐 대단한 경향성이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친여 커뮤니티인 클리앙을 겨냥한 듯 "물론 ㅋ모 커뮤니티처럼 계속 물을 증발시켜서 소금 덩어리를 만들어 놓은 곳도 있는데 그건 예외"라며 "그냥 20대 남성에서 72%가 민주당 싫어하는 것 같으면 길 가는 20대 남성 100명 중 72명과 대화하는 것이 더 정확하고 빠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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