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금융홀대론] 정치금융, 동북아 금융허브 날렸다

입력 2021-04-14 05:00 수정 2021-04-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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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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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7 보궐선거에서 수세에 몰린 여당이 내놓은 카드는 ‘부동산 금융’ 대책이었다. 성난 부동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 연일 대출규제 완화 발언을 쏟아냈다. 막판 반전의 수단으로 금융산업을 이용한 것이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시장의 원칙을 무시한 포퓰리즘식 금융정책 개입이 ‘정치금융’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치권이 금융산업을 민심을 얻기 위한 도구, 정부 화풀이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이 국내 금융산업 경쟁력은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집값 안정에 실패한 정부는 화풀이 대상으로 금융을 지목했다. 은행이 돈을 쉽게 빌려줘서 사람들이 집을 샀고, 이것이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논리다. 가계대출을 조이라는 엄포에 금융당국은 은행장들을 호출해 대출총량제를 주문했다. 매달 은행마다 가계대출 한도를 정해주고 이를 위반할 경우 다양한 불이익을 주는 것이다. 자율적 규제였지만, 사실상 강요에 가까웠다. 감독 당국에 등을 질경우 신규 사업과 기존 사업 모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은행이 돈줄을 죄자 코로나19로 생활고를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실직자 같은 사회적 약자가 희생양이 됐다. 이 같은 포퓰리즘적 조치는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키코(KIKO)의 배상을 촉구하고, 요양병원에 입원해 치료받는데도 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론 내린 사례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렇듯 금융산업이 정치화 되고 있는 사이 동북아 금융허브의 꿈은 멀어지고 있다. 올해 서울의 국제금융센터지수(GFCI)는 16위에 그쳤다. 2015년 세계 6위를 기록했지만, 6년 새 10계단이나 하락했다. 당시 아시아 3대 금융허브를 공동 발표했던 홍콩과 싱가포르는 각각 4위와 5위에 오르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GFCI는 영국계 컨설팅 그룹 지옌(Z/Yen)과 중국종합개발연구원(CDI)이 공동으로 주관해 매년 3·9월에 산출하며, 비즈니스 환경·금융산업 발전·인프라·인적자원 등 세계 주요 도시들의 금융경쟁력을 측정하는 대표지수인 지수다.

한국을 동북아시아의 금융허브로 키우겠다는 목표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12월 정부가 ‘동북아 금융허브 로드맵’을 수립하면서다. 처음 추진된 2003년부터 계산하면 17년, 1차 계획이 나온 2008년부터 따지면 12년이 지났다. 정부가 거둔 성과는 초라하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로 새로운 금융상품이 출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중심지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지표인 외국계 금융사 국내 진입 현황을 보면 2015년 말 166개에서 지난해 말 162개로 오히려 감소했다.

문재인 정부 100대 수행 과제 중 금융산업과 관련된 내용은 단 두 개뿐이다. 그마저도 가계부채 대책은 부동산 정책 실패의 화풀이 대상으로 전락했고, 우여곡절 끝에 도입한 금소법은 벼락치기 시행으로 혼란을 야기했다. 급기야 노조까지 등을 돌렸다. 최근 기업은행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불발됐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였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노조 관계자는 “4.6보궐 선거전 정부와 여당이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적극적이었는데 선거 이후에 등을 돌렸다”면서 “금융을 고부가치 사업으로 보지 않고 금융을 정치판에 이용하는 후진적 구조가 우리 금융산업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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