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길어지는 금융위 안건 소위, 누가 이득인가

입력 2021-04-13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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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연 금융부 기자

올해 들어 금융위원회의 안건 소위 절차가 길어졌다. 금융위 정례회의 이전 절차인 안건 소위는 보통 안건당 한두 번 열리는데, 삼성생명은 두 차례 소위에도 마무리짓지 못했다. 앞서 라임 사태 안건 소위도 3차까지 개최됐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의 결정과는 별개로, 아예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최근 사모펀드 사태를 계기로 금융 당국의 금융회사 징계에 대한 태도가 보다 신중해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금감원의 중징계가 잦아지니 법적 근거를 더욱 명확히 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금감원의 CEO 중징계에 대해 “(판매사의) 잘못에 대해서는 엄하게 해야 한다”면서도 “엄하다는 것이 법의 테두리에서 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금감원은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금감원 제재심에서 이미 결정이 난 사안을 재차 검토하는 건 금감원 제재심을 부정하는 처사라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금융위는 금감원이 정한 제재가 적정한지를 심사하는 전담팀을 구성하는 작업을 검토 중이다. 금융위 내에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법률 전문가들을 모아 금감원이 결정한 제재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는지를 다시 한번 점검한 후,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 안건으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이 금융위 안건 소위가 길어지는 걸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혹여라도 길어지는 안건 소위가 전담팀 마련의 명분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안건 소위 위원들 시간 맞추기도 힘들고, 법적 근거를 따져보는 것도 일이니 차라리 전담팀을 만들자”라는 식의 기류가 형성될까 하는 불안감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금감원이 올리는 징계수위를 모두 따져본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금감원의 상위 조직인 금융위가 윤석헌 금감원장의 전횡에 제동을 걸기 위한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도 보인다.

결국 이 같은 기류에 남몰래 웃는 곳은 금융사다. 금융위가 의도했든 안 했든 중징계를 막고자 하는 이해관계가 금융사와 맞아떨어져 버린 것이다. 최근 금융위 안건 소위가 길어지고 있는 건 금융사의 주장을 충분히 듣고, 이에 대한 증거까지 확보해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금융위가 금융사들의 목소리를 들어 안건 소위 절차가 길어지는 동안에도 금융 피해자들의 시위는 이어지고 있다. 금융위가 금융사의 목소리와 함께 금융소비자들의 목소리도 재차 듣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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