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는 코로나19 검사와 진단을 의료진만 할 수 있다. 검사 방식은 과정이 까다롭지만 정확도가 높은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셀프 검사'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정부는 정확도를 이유로 번번이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자가검사키트 개발에 대한 지원이나 국내 품목허가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상황은 기대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백신 접종이 시작된지 47일이 지났지만 1차 접종을 마친 국민은 전체 인구의 3%에도 미치지 못한 반면, 확진자는 연일 증가세다. 전세계적인 공급난 때문이다.
이렇게 사태가 심각해져서야 정부는 자가검사키트를 최대한 신속히 도입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관련 지침을 마련하고, 개발 기간은 두 달로 단축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해외에서 이미 사용 중인 제품은 국내 조건부 허가도 가능하다는 대책도 포함됐다. 자가검사에 대한 지금까지의 태도와 비교하면 파격적인 변화다.
업계는 "이제 와서?"란 반응이다. 그간 식약처의 관련 기준은 해외보다 훨씬 까다로워 품목허가 제출조차 할 수 없었다. 심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수출허가도 늦어지는데 갑자기 국내 허가 기간을 단축할 수 있겠느냐는 반문도 나온다. 당장 자가검사키트의 국내 사용 계획이 없었더라도 만일을 대비해 준비해왔더라면 필요 시 쓸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불거지는 이유다.
이런 흐름은 백신 도입 과정과 유사하다. 정부는 K방역의 선전에 기대어 백신 확보를 우선 순위에 놓지 않았다. 백신 도입 이후에도 국내 생산분을 포함해 물량이 충분하다던 자신감이 무색하게 2분기 접종은 차질을 빚고 있다.
위기 상황에도 신중한 의사 결정은 중요하다. 하지만 적시 판단은 더욱 중요하다. 앞으로도 계속 헤쳐나가야 할 코로나19 시대에 한 수를 먼저 내다보는 정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