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법ㆍ홈술 덕에 성장한 수제맥주, 캔 공급난에 시름

입력 2021-04-14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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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BGF리테일)
(사진제공=BGF리테일)
수제맥주 업계의 캔 공급대란이 현실화할 조짐이다.

코로나 이후 홈술 열풍으로 가정용 캔맥주 수요가 늘어난 데다 지난달 국내 캔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한일제관 공장의 화재로 공급량이 급감한 것이 원인이다.

홈술족의 가정용 맥주 소비 증가로 지난해 주요 맥주 제주사의 캔맥주 판매 비중은 병맥주를 넘어섰다. A사의 경우 2019년 병맥주와 캔맥주 비중이 52대 48에서 지난해 45대 55로 역전됐다. B사의 경우는 캔 맥주 비중이 64.8%에서 84.7%까지 가파르게 상승했을 정도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이들이 캔맥주를 홈술 주종으로 그만큼 많이 선택했다는 얘기다.

캔맥주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음료 캔 시장의 42%를 점유하고 있는 업계 1위 한일제관 음성공장에 지난달 화재가 발생하면서 캔 수요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이다.

14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소규모 수제맥주 제조사를 중심으로 캔 공급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다. 구매력이 있는 종합주류기업인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오비맥주 등은 연간 계약을 통해 캔 수요를 미리 확보하기 때문에 이번 캔 대란에서 비교적 비켜나 있지만 중소규모 제조사들은 당장 캔 수요 부족으로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다품종 소량 생산에 집중해온 수제맥주 업계가 공급 부족에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불이 난 한일제관 음성공장은 음료와 통조림 캔 제조라인이다. 맥주 캔 라인은 아니지만 음료 캔 공급 차질로 맥주캔 라인까지 음료 캔 제조에 활용하면서 음료뿐만 아니라 맥주까지 캔 수급 부족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수제맥주는 주세법 개정으로 수입맥주와 동등한 경쟁을 펼칠 수 있게 되면서 지난해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제 맥주 시장규모는 118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7.5% 성장했으며 2024년까지 3000억 원으로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주요 편의점의 맥주 매출 비중도 수제 맥주가 10% 안팎까지 늘었다. 2년 전만 해도 2~3% 수준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할 때 괄목할만한 성과다.

수제맥주 기업들의 성장도 눈부시다.

코스닥 상장을 추진중인 제주맥주의 경우 지난해 215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2배 이상 늘었다. 홍콩, 싱가폴, 대만 등 해외 시장을 개척해온 카브루는 지난 2월까지 수출실적이 전년 총 수출액의 2배를 돌파했다. 카브루는 지난해 101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진주햄에 인수될 당시 매출을 2.5배 상회할 만큼 성장했다. 세븐브로이의 곰표밀맥주는 지난해에만 100만 병이 팔려나가며 수제맥주 전성기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업계에서는 홈술과 주세법 개정이라는 겹호재로 성장한 수제맥주 시장이 캔 수급 부족으로 주춤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캔 수요가 늘어났지만 기존 캔 생산기업들은 코로나19 종식 이후 캔 수요가 다시 축소될 가능성 때문에 생산라인을 확충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위 기업이 화재로 생산 차질을 빚고 있어 수제맥주 기업들에 수급 불안이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맥아나 홉 등 원재료가 아닌 캔 등 부재료 수급 문제가 수제맥주 시장의 화두로 떠올랐다”며 “일부 기업은 캔 대신 병입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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