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란과는 각별한 인연이 있기도 하다. 1977년 테헤란 시장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서울 삼릉로가 ‘테헤란로’로, 테헤란의 니야에시로가 ‘서울로’로 이름을 바꿨다. 양국의 우호관계 증진을 위해서다.
11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이란을 방문했다. 공식적인 방문 이유는 ‘한국과 이란 간 전통적인 우호 관계를 증진하고 미래 지향적 발전의 계기 마련’이다. 정 총리는 국회의장 시절인 2017년 이란에 방문한 바 있다. 정 총리 본인으로선 4년 만의 방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무총리가 이란에 방문한 것은 1977년 최규하 전 총리 이후 44년 만이다. 내년 수교 60주년인 이란에 국무총리의 방문이 이번에 두 번째란 사실에 정 총리도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그런 만큼 정 총리는 이란에서 바쁘게 움직였다. 현지 시간 오후 3시 30분에 이란에 도착해 공항에서 이란 도로도시개발부 장관과 면담을 한 뒤 오후 6시 제1부통령과 면담을 했다. 다음 날 오전 정 총리는 이란 국회의장 면담을 한 뒤 최고 지도자 고문도 만나 한·이란 우호 증진을 위한 이야기를 나누는 등 바삐 다녔다. 이란에 있는 우리 기업인들을 만나 그들의 어려움도 듣고 격려를 하기도 했다. 상사맨 출신이며, 산업부 장관을 지냈던 그인지라 외국에 있는 우리 기업인들에 대한 이해도 높을 것이다.
정 총리는 동행기자와의 간담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에 대해 이란 지도자들이 말한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란 말을 꼽았다. ‘찐친’이다. 사실 정 총리의 방문은 한국 내 묶여 있는 이란 자금에 대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가 핵심이다.
이 문제에 대해 ‘정세균 국무총리’의 입장은 확실한 것으로 느껴졌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이 같은(한국 내 동결된 이란 자금에 대한 문제) 질의가 있었고 저는 그 돈은 이란의 돈이라고 말했다”고. 맞는 말이다. 우린 이란에서 석유를 샀고 그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다만 국제 제재로 인해 그 길이 막혀 있는 것이다. 이란의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관련 국가 간 이해가 다르긴 하지만 물건을 샀으면 돈을 내는 게 이치다. 국제 관계를 고려하면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숙고해야 한다. 한·이란 관계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 정 총리의 이번 방문엔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관계자는 물론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 서가람 산업통상자원부 통상협력국장 등이 수행한 것이다. 2017년도에는 120억 달러였던 대(對)이란 수출액은 2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무역에선 우리도 손해를 보고 있는 꼴이다. 정 총리의 이란 방문이 한·이란 우호 관계 복원의 밑거름이 되길 희망해 본다. 축구도 ‘찐’으로 붙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