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개정작업을 거친 대북전단 규제 및 처벌조항은 법 개정안 발의 때부터 미국 내 보수 세력들이 강한 우려를 제기했다. 대북전단 규제 및 처벌 조항이 북한인권단체의 활동을 제약하고 한미 간 공유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가치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와 국회·민간단체들은 법의 취지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국내 입법을 마친 사안에 대해 미 공화당 중심의 의회 산하 위원회가 개최된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대북전단 규제는 북한 인권 경시 문제도 아니고 북한인권단체의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것도 아니다. 전단 살포 행위로 인해 위협을 받고 있는 접경지역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한다는 취지이다. 어떻게 우리 국민들을 위한 우리 정부의 조치가 미국 의회 청문회의 대상이 된다는 것인가? 더욱이 이 법률 개정은 그간 여러 우려를 감안하여 타국에서의 북한 인권 활동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해석 지침까지 마련하면서 통과됐다. 위원회의 성격 여하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지만 동맹국인 한국 정부의 주권적 사항과 국회의 의결을 거친 법안의 내용이 미 의회 위원회 청문회의 대상이 된 것은 매우 납득하기 어렵고 그런 전례도 없다.
이런 시도들과는 반대로 브래드 셔먼과 같은 지한파 의원들은 지난해 종전선언 결의안에 동참하고 올해도 포괄적 한반도 평화선언을 위한 결의안을 내는 등 한반도 평화를 위한 실질적 노력을 강조하고 있어 주목된다. 그는 10일 한인단체와의 포럼에서 그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방식과 제재 일변도의 대북정책은 결코 성공하지 못했고, 오히려 북한을 생존을 위한 쥐구멍으로 몰아 핵무기 생산만을 확대하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이제는 북미 간 평화조약이나 평화선언이 필요하며 인도적 협력을 위해 평양과 워싱턴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주장은 북한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며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관리해 나가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미국 행정부가 의회의 의견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고 미국 민주주의의 중심에 의회정치가 있다는 메커니즘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 남북관계, 북미관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늘 미국 내 정치공방과 강경한 대북 입장이 대북정책을 180도로 바꾸고 장기적인 정책 추진의 발목을 잡아 온 것이 사실이다. 강경한 대북정책이나 북한을 무시하는 정책보다는 북한을 포용하는 정책이 그나마 북한의 핵개발을 완화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켜 왔음에도 미국 내 강경파들은 늘 북한 붕괴론, 북한 정권교체론 등을 흘리면서 북한에 대한 군사력 시위, 경제적 제재, 인권 압박 등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대북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이 주도하는 이러한 청문회가 개최된다는 것은 결국 미국 내에서 새 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에 영향을 주려는 시도로밖에는 볼 수 없다.
지금은 한반도 평화 정착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대북강경책은 해법이 아니다.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보고 다음 수순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을 무시하고 압박하면 할수록 더욱 강경하게 나올 것이다. 북한의 핵개발 저지와 관계 회복을 위한 여건 조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것이 북한에 대한 굴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막나가는 북한을 관리하고 연착륙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현실적인 접근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의회가 한국의 입법에 관여할 것이 아니라, 한반도에 살고 있는 동맹국의 국민들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고민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