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놀이터] 4월 과학의 달, 패러데이를 떠올리는 까닭

입력 2021-04-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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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난영 과학 칼럼니스트

4월은 과학의 달이고, 4월 21일은 과학의 날이다. 일 년 열두 달 중 4월을 콕 집어 과학과 짝지은 이유가 궁금해 찾아보니, 1967년 4월 21일에 과학기술처가 발족된 데서 연유한다고 한다. 참 재미없는 이유로 시작된 기념일이지만, 소위 말하는 ‘과학의 대중화’란 차원에서 의미가 없지는 않다.

사실 요즘은 정부 차원의 이런저런 행사가 아니더라도 비전공자들이 과학계의 소식이나 여러 과학이론을 접할 기회가 많다. 일례로 자연과학이나 공학을 전공한 이들이 칼럼리스트나 커뮤니케이터라는 직함을 달고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 다양한 과학 이야기를 차고 넘치도록 쏟아내는 덕에, 비전공자들도 자신이 관심을 가진 분야에 대한 기초지식 정도는 쉽게 습득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과학은 더 이상 소위 ‘과학자’라 불리는 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실생활에서 혹은 인터넷 공간에서 비전문가이지만 제법 어렵고 복잡한 현상들도 어렵지 않게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쉽사리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잘 정립된 과학이론들을 알고 이해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게 곧 소위 말하는 과학 대중화의 본 의미일까? 한마디로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이에 대해 어떤 대답을 내놓기보다는 유년 시절 여러 강연을 들으며 과학에 대한 열정을 얻고 과학의 세계로 가는 통로를 찾았던, 그리고 이 후 과학에 대한 대중 강연자로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던 한 물리학자를 소환해 이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오늘의 주인공인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 1791~1867)는 영국의 물리학자이자 화학자로, 전자기장의 기본개념을 확립하고 발전기의 원리인 전자기 유도 현상을 발견해 ‘현대 전자기학의 아버지’라고도 불린다. 동시에 과학의 대중화에도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그가 1826년에 시작한 ‘어린이를 위한 크리스마스 강연회(RI Christmas Lectures)’는 지금까지도 영국왕립연구소(The Royal Institution)의 전통으로 내려온다. 물리학에 큰 족적을 남긴 학자들 대부분이 ‘학창 시절부터 수학이나 물리에 남달리 우수했다’는 이야기를 남기고 있는 것과는 달리 패러데이는 어려운 가정환경 탓에 아주 기초적인 교육만 받았다. 열세 살의 나이에 제본소 수습생으로 일을 시작한 패러데이는 쉬는 시간이면 제본한 책들을 읽으며 스펀지처럼 지식을 흡수했다.

그리고 24세가 되던 해인 1815년 5월 왕립연구소 실험실의 장비와 광물학 물품의 관리자 겸 화학자 험프리 데이비의 조수로 고용되면서 과학적으로 성장할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데이비는 웃음가스로 알려진 일산화이질소(N2O)의 마취 효과를 발견한 화학자다. 한 실험사고로 눈을 다친 데이비가 치료를 받는 동안 그의 실험을 기록해 줄 사람으로 패러데이를 발탁하고 이 때부터 두 사람은 사제의 관계를 맺게 된다. 이후 패러데이가 학자로 명망을 얻기 시작하자 데이비가 이를 질시해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안 좋아졌지만, 데이비와의 만남은 패러데이 일생에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다.

데이비와의 만남과 더불어 패러데이의 인생을 변화시킨 또 다른 중요 요소는 바로 왕립연구소다. 1799년 철학 강의와 실험 시연을 통해 과학의 원리를 대중에게 소개한다는 목적으로 설립된 왕립연구소는 당시 가장 중심적인 연구기관이었으면 동시에 과학과 대중이 가장 활발하게 만나던 곳이었다. 이곳에서는 일상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사물들을 이용해 실험을 시연했고, 이를 일반 청중들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해 주었다. 40여 년간 왕립연구소에서 일했던 패러데이 역시 여러차례의 강연을 했는데, 특히 금요일마다 실험실로 연구소 회원들을 초청해서 강연하는 행사는 강의실을 대강당으로 옮겨야 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이렇게 시작된 금요일 저녁 토론회(Friday Evening Discourses)의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한 그는 자신이 제안한 어린이를 위한 크리스마스 강연회에도 스무 번이나 연사로서 참여했다. 이 중 1860년 한 자루의 양초를 통해 화학의 토대를 이루는 물질의 특성과 상호작용을 설명한 강연이 가장 유명하다. 6회에 걸쳐 진행된 이 강연은 ‘The Chemical History of a Candle’이란 이름의 책으로 묶여 출간됐고, 우리나라에서도 ‘양초 한자루에 담긴 화학 이야기’(박택규 옮김, 1998)란 이름으로 번역 출판된 바 있다. 이 강연을 통해 우리는 흥미로운 과학 사실을 알게 될 뿐 아니라 그가 얼마나 섬세하고 예리한 관찰 능력을 갖고있는 지를 엿볼 수 있고, 또한 자연현상을 관찰하고 그것이 가지는 아름답고 심오한 의미를 해석하고 밝히려는 과학자로서의 열의도 느끼게 된다. 매우 겸손하고 소박했던 천재 물리학자는 다음과 같은 말로 강연을 마무리짓는다.

“저는 이 강연의 마지막 말로서 여러분의 생명이 양초처럼 오래 계속되어 이웃을 위한 밝은 빛으로 빛나고, 여러분의 모든 행동이 양초의 불꽃과 같은 아름다움을 나타내며, 여러분이 인류의 복지를 위한 의무를 수행하는 데 전 생명을 바쳐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한 인간으로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메시지에 새삼 가슴이 뜨거워진다. 그리고 그 수 많은 과학 강연들이 담아야 할 메시지는 무엇이어야 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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