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기획] 최초롱 화난사람들 대표 “사회를 바꾸는 분노, 피해자들의 일상을 지키겠다”

입력 2021-04-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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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롱 화난사람들 대표. (윤기쁨 기자 @modest12)
▲최초롱 화난사람들 대표. (윤기쁨 기자 @modest12)

“변호사를 찾거나 법률 상담을 하러 오는 건 일상이 흔들리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일상을 지키고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최초롱 화난사람들 대표는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정의하고 있는 공동소송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법적 절차의 모든 것을 말한다”며 “공통의 피해를 본 분들은 함께 증거를 모아 협상력을 높일 수 있고, 나아가 사회 문제 예방이나 재발 방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은 2018년 4월 설립된 신생 스타트업이다. 3년 만에 이루다 AI 개인 정보 관련 집단 소송, 구글 공정위 집단 신고, N번방 디지털 양형 의견 전달, 리스 사기 공동소송 등 굵직한 활동으로 이름을 알렸다. 2019년 12월 기준 누적 공동소송 참여자 수는 1만5428명에서 올해 2월 9만3420명으로 급증했다. 가입자 수도 같은 기간 13배 늘었다.

최근에는 5G 손해배상 집단 소송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끊김 현상ㆍ빠른 배터리 소진ㆍ4G 대비 비싼 이용료 등 소비자에게 알린 약관과 다르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 대학교 ‘폐강’ 학사규정과 관련 일방적인 폐강이 불가능하도록 교육부에 의견서를 제출하는 프로젝트 참여자도 모집하고 있다.

화난 사람들, 분노를 사회 변화에 풀다.

플랫폼을 사용하는 일반 이용자들은 공동소송 절차에 쉽게 참여해 변호사가 제공하는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변호사는 의뢰인 다수를 모으는 단계와 이후 진행하는 절차에서 필요한 디지털 서비스를 받는다. 공동소송 작업 방식은 간편해지고 시간과 비용은 줄었다.

최초롱 대표는 “본인의 재산적 피해와 상관없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동참하고 싶어 참여하는 분들도 있다”며 “가령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 릴레이 탄원 프로젝트의 경우 활동가들이 담당하고 있는데, N번방 가해자 정보가 공개될 때마다 플랫폼에 탄원인들을 모아서 재판부에 제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문제에 굉장히 분노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 분노 에너지를 사회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쓰고 싶다’고 참여한다”며 “시간을 투자하면 변화를 이끄는 데 내가 도움을 줄 수 있고, 화(분노)를 정당한 방법으로 해소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라고 덧붙였다.

화난사람들에서 공동소송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유형은 세 가지로 △자사가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적합한 변호사를 섭외하거나 △변호사가 기획한 프로젝트 관련 이용자 모집 △제보받은 이슈를 통해 진행한다.

반면 △정치적인 이슈에서 어느 일방만의 견해를 대변하는 사건 △주목적이 재산적 피해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사건 중 기준이 되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승소하기 어려운 사건 △사회적 약자의 지위를 저해할 수 있는 영향을 주는 사건 등은 하지 않는다.

그는 “리조트 투자 사기 같은 경우 수익 실현 기간이 남아있거나 업체에서 복잡한 설명을 핑계로 해명을 미루면서 본인이 피해자라고 인식하지 못한 분들이 많았다”며 “피해액은 최대 3000만 원까지 나왔는데 우리 플랫폼을 통해 뒤늦게 피해 사실을 접하고 사무실로 전화하시는 등 힘들어하셨다”라고 전했다.

▲최초롱 화난사람들 대표. (윤기쁨 기자 @modest12)
▲최초롱 화난사람들 대표. (윤기쁨 기자 @modest12)

모든 일의 기본은 법, 생활방식 바꾸는 서비스 제공파

최초롱 대표는 55회 사법 고시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45기) 생활을 거쳐 서울고등법원에서 재판연구원으로 2년간 근무했다. 재판연구원 임기가 끝나고 진로에 대한 고민 끝에 창업을 결심한다. 자신이 만든 서비스를 통해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 바뀔 수 있다는 것에 매료됐다. 현재는 변호사 겸 스타트업 대표다. 미국에서는 CEO의 50% 이상이 변호사 출신일 정도로 흔한 일이다.

그는 “대학교 재학 당시 한 교수님이 ‘모든 일의 기본이 되는 게 법이기 때문에 법을 잘 알면 무슨 일을 해도 잘할 수 있다’라는 취지의 말씀을 해주셨는데 이 말이 기억에 남는다”라며 “재판연구원 임기가 끝난 후 법조인 생활에 안주하기 싫다는 생각에 결정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다만 플랫폼에서 진행하는 사건은 직접 수행하지 않고 있다.

최 대표는 “플랫폼 대표가 직접 사건을 수행하면 플랫폼이 그쪽 방향성을 가진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들이 있었다”라며 “또 기업 대표로서 업무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선입견도 줄 수 있어서 사건을 맡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나라 전체 창업자 중에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굉장히 낮다. 특히 여성 대표가 운영하는 기업이 받는 투자 액수는 전체의 4%에 불과하다. 최초롱 대표도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차별받고 있는지 인지하지 못해도 차별받고 있는 부분들이 있다.

최 대표는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차별을 여성 대표들도 똑같이 겪고 있는 것 같다”며 “결코 여성 창업자의 아이템이 뒤처지거나 부족한 게 아니며 또 일부 투자자는 ‘대표님 애 낳으면 어떻게 하실 거냐’와 같은 성차별적인 언사도 간혹 있다”고 짚었다.

아날로그를 전제로 하는 변호사법, 리걸테크 제약 아쉬움

향후 화난사람들은 커뮤니티 요소와 변호사 추천 알고리즘을 개발해 선보일 계획이다.

최 대표는 “소송 절차가 본격적으로 확정되기 전에 공통의 피해를 본 분이나 이슈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먼저 모일 수 있는 커뮤니티 적인 요소를 도입할 예정”이라며 “현재는 피해자들이 모일 수 있는 장이 부족한데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써서 화제가 되지 않는 한 본인의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 하는 일도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전문 변호사를 선정할 때 객관적인 기준을 가지고 해당 사건에 적합한 분을 선택하기 위해서 웹상에 존재하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추천해주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며 “이슈와 관련도가 높은 변호사를 추천해주는 알고리즘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받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리걸테크 산업은 플랫폼과 AI 기술을 통해 성장하고 있지만, 법률 서비스 중개에 대한 갈등은 심해지고 있다. 최근 네이버의 전문가 지식인 서비스 ‘엑스퍼트’가 변호사법 위반으로 고발당했다. 현행 변호사법상 변호사를 알선하거나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는 게 금지돼 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최초롱 대표는 “화난사람들의 경우 중개 플랫폼하고 서비스와 내용이 완전히 다르고 오히려 실무적으로 업무 부담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변호사들의 호응을 많이 받고 있다”며 “또 사회에 도움이 되고 피해자를 돕는다는 저희의 취지에 공감하고 아직은 좋아해 주신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리걸테크는 변호사법의 제약을 굉장히 많이 받고 있는데 변호사법은 먼 예전에 제정돼 아날로그적인 방식을 전제로 하는 법규”라며 “디지털화되고 플랫폼 산업이 발달한 현대에 맞지 않는 내용이 있는데 현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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