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국무총리로 내정된 김부겸 후보자에게 일침을 날렸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일부 의원들을 공격할 때 김 후보자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때 형이라고 부르며 함께 학생운동을 했던 점을 상기하며 김 후보자에게 조언을 남겼다.
원 지사는 18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처럼 형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격식을 갖춰 총리후보자라 불러야 할지 망설여진다"며 "형에 대한 우정을 담아 총리후보자에게 요청하려 한다"는 글을 올렸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물러난 후 새 총리 자리에 내정된 김부겸 후보자를 지칭한 내용이다.
원 지사는 친문 지지자들을 일컫는 일명 '대깨문'에게 김 후보자가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후보자가 극단의 정치를 이끄는 이른바 '대깨문'들에게 왜 아무 소리도 안 하는지 모르겠다"며 "조응천, 금태섭, 박용진, 김해영이 바른 소리 할 때 왜 힘이 돼주지 못했는지 이해가 안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발 분노의 정치 좀 누그러뜨려 주십시오"라며 "우리가 학생운동 할 때 적개심에 사로잡혀 아침 거울 속 분노에 가득 찬 얼굴에 스스로 놀라던 때가 있지 않았냐"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 후 걱정도 그만두라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정세균 총리가 후보자 청문회 시작도 하기 전에 급히 나간 이유가 도대체 뭐냐"며 "대통령 지킬 후보 세우는 게 급했냐"고 비판했다.
정책 방향을 올바르게 수정할 수 있냐는 의문도 던졌다. 원 지사는 "모든 정권이 임기 말을 맞으면 방향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며 "수정하는 게 정답인 게 모두의 눈에 보이는데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이 실패했단 소리가 듣기 싫어서 역사에 평가받겠다는 둥 고집을 피우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궐선거 지고도 검찰개혁, 언론개혁 타령하는 친문핵심 윤호중 의원에게 민주당 의원들이 100표 넘게 줘서 원내대표로 뽑은 이 상황에서, 정책 방향 수정할 자신이 없다면 왜 총리직을 맡는지 모르겠다"며 후보자가 국민 분노를 희석하는 쇼를 위한 분장 용품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원 지사는 당정 협의를 잘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민주화운동 안 한 사람들은 삶 자체가 적폐라고 생각하는 그런 경멸적 사고는 그만하라고 후보자가 이야기 좀 해달라"며 "원 구성 협상도 다시 하라고 말해주라"고 요구했다. 이어 "그 답 못 받으면 후보자는 내가 총리 되면 협치와 포용한다고 어디다 이야기하지 마시라"며 "이런 자신도 없으면 청문회 전에 자리 집어 던지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