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韓 제조업 일자리 7.2만 개 해외로 유출…경직된 노동시장이 발목"

입력 2021-04-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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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연구원, 직간접 일자리 유발 효과 추정…기업의 해외투자, 국내 유입 외국인 투자 크게 압도

▲제조업 직간접 일자리 유출  (출처=한경연)
▲제조업 직간접 일자리 유출 (출처=한경연)

지난해 국내 제조업 일자리 7만2000개가 해외로 빠져나간 것으로 분석됐다. 경직된 노동시장이 국내 투자와 고용의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제조업의 해외직접투자(ODI), 외국인 직접투자(FDI) 통계를 바탕으로 직ㆍ간접 일자리 유발 효과를 추정해 19일 발표했다.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7만 개 넘는 제조업 일자리가 해외로 유출됐다.

한경연은 직접투자 순유출액에 취업유발계수(해당 산업에서 최종 수요가 10억 원 발생할 때 관련 산업에서 유발되는 취업자 수)를 곱해 직간접 일자리 유발 인원을 추정했다.

이를 토대로 한경연은 “해외로 나간 제조업 일자리 7만2000개만 잡았어도 지난해 실업률이 4.0%에서 3.7%로 0.3%포인트 개선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경연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제조업 기업의 해외투자가 국내로 유입되는 외국인투자를 크게 압도하면서 제조업 일자리가 대거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1~2020년 제조업의 해외직접투자는 연평균 12조4000억 원에 달했던 반면, 외국인 직접투자는 해외직접투자의 절반도 안 되는 연평균 4조9000억 원이었다.

같은 기간 제조업의 직접투자 순유출액(FDI-ODI)은 연간 7조5000억 원 발생했고, 이로 인해 직간접 일자리가 매년 4만9000개(누적 49만1000개) 빠져나간 것으로 분석됐다.

▲주요 제조업종 직간접일자리 유출 추이  (출처=한경연)
▲주요 제조업종 직간접일자리 유출 추이 (출처=한경연)

업종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기준 해외직접투자는 △반도체(2조6000억 원) △전기장비(2조3000억 원) △자동차(2조2000억 원) 순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업종은 지난 10년간(2011~2020년) 제조업 중 해외직접투자 증가액 상위 3대 업종에 속한다.

그에 비해 2020년 기준 외국인 직접투자는 △반도체(400억 원) △전기장비(900억 원) △자동차(4400억 원) 등으로 저조했다.

해외직접투자 급증, 외국인투자 유입 감소로 지난해 기준 직접투자 순유출액은 △반도체(2조5000억 원) △전기장비(2조2000억 원) △자동차(1조8000억 원) 등에 달했다. 지난해 직간접 일자리 유출 규모는 △전기장비(1만5500명) △자동차(1만4500명) △식료품(9300명) △의약품(5100명) △반도체(4900명) 순이었고, 2011년에 비해 약 1.9~37.6배 높았다.

한경연은 “직접투자 순유출액이 높은 업종 중에서도 취업유발 효과가 상대적으로 높은 전기장비, 자동차, 식료품 등의 일자리 유출이 두드러진다”라고 밝혔다.

한경연은 “한국의 각종 기업 관련 규제 중에서도 경직적인 노동시장이 국내 투자와 고용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프레이저 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 자유도 순위(2020년 기준)는 조사대상 162개국 중 145위로, 파키스탄(137위)보다도 낮아 노동규제가 매우 엄격한 수준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의 노동시장 경쟁력 순위(2019년 기준)에서도 한국은 조사대상 141개국 중 97위로 하위권이었다.

▲노동규제 부문 경제적 자유도 순위  (출처=한경연)
▲노동규제 부문 경제적 자유도 순위 (출처=한경연)

한경연은 “노동시장 경직성은 기업이 경영환경의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게 만들어 성장을 저해하고 투자와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라고 지적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해외투자의 증가를 나쁘게 볼 것이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만큼 국내 투자유입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점점 악화하는 국내 실업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경직적 노동시장, 각종 규제 때문에 해외로 빠져나가는 일자리는 막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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