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2인자 낙인론] 지주 회장에 집중된 권력구조…경영 눈치보기 급급

입력 2021-04-19 10:00 수정 2021-04-1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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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회장, 인사권 쥐고 최대 10년 연임
은행장 임기는 짧으면 2년 그쳐, 경영 견제 실종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주주총회가 마무리되면서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제왕적 리더십’이 재조명되고 있다. 막강한 권한을 누리는 회장과 달리, 은행장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잇따라 연임에 성공했다. 반면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수장들은 단명(短命)에 그치거나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짧은 임기만을 부여받고 있다. 은행장이나 금융감독당국에 지주회사를 견제할 만한 권력을 부여해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성규 전 하나은행장(현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은 연초만 해도 무난하게 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재임 기간 2년을 끝으로 임기를 마쳤다. 이후 하나금융은 함영주·지성규·이은형 3인 부회장 체제로 재편됐다. 그러나 이사회 내 자리도 얻지 못해 부회장은 사실상 권한 밖이다.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자회사 임원 인사권이 금융지주 회장에게 있다. 우리은행은 부행장, 상무, 준법감시인, 주요 업무 집행책임자 등을 둘 때 지주사와 사전합의를 거쳐야만 한다. 권광석 행장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DLF)과 라임 펀드 뒷수습을 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1년 임기만 부여받은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신한도 마찬가지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해 글로벌 사모펀드(PEF)를 영입했다. 글로벌 사모펀드들은 올해 이사회 맴버로 참여하며 이사회 구성에 다양성을 더했다. 이러한 신한금융 지배구조의 변화는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조용병 회장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는 발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상대적으로 차기 회장 후보군 중 한명으로 꼽히는 진옥동 행장의 입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기존에는 재일교포 주주들이 약 15~17%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난해 PEF의 투자 유치를 끌어내면서 실행한 유상증자로 발행주식이 늘어난 만큼 재일교포의 지분율이 낮아졌다. 현재 약 14%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간 신한금융은 재일교포 주주들의 뜻이 사실상 최고의사결정을 좌우했다. 하지만 조 회장 임기 중 지분을 늘린 PEF들이 새롭게 이사진에 포진하면서 조 회장의 힘은 더 강해질 거란 전망이다. .

은행장이 힘을 못 쓰는 우선적인 이유에는 인사권이 없고, 임기가 짧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장후보추천위가 회장과 가까운 이들이 사외이사로 앉아 회장 견제장치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지주사가 은행 등 주요 계열사를 좌지우지하면서도 경영책임은 지지 않는데, 지주 회장의 책임을 강화하든지 은행장에게 지주회사를 견제할 만한 권력을 부여해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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