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GM)과 르노삼성자동차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발목 잡히며 나란히 적자를 기록했다. 양사는 수출에 집중하고 비용 절감을 통해 올해 반등에 나설 계획이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제출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지난해 3169억 원의 영업손실을 거뒀다. 한국지엠은 1486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2014년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적자를 지속했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1월 신형 SUV 트레일블레이저를 출시하며 2020년을 흑자 전환의 원년으로 삼을 계획이었다. 트레일블레이저가 출시 초기에 준수한 수출, 내수 실적을 거두며 회사 내부에서는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흑자 전환을 기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발생했고, 노동조합의 특근 및 잔업 거부로 생산에도 차질을 빚으며 흑자 전환 계획을 이루지 못했다.
영업손실 폭이 예전보다 줄었고, 매출이 전년보다 개선된 점은 긍정적이다. 한국지엠은 군산공장 폐쇄를 1년 앞둔 2017년에 적자 규모가 8500억 원을 넘기도 했다. 이후 영업손실은 △2018년 6227억 원 △2019년 3305억 원 △2020년 3169억 원 등으로 꾸준히 줄었다.
매출도 저점을 찍고 회복세로 돌아섰다. 2013년 15조 원에 달하던 한국지엠의 매출은 2019년 8조4538억 원 수준으로 줄었는데, 지난해 매출은 8조4975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소폭 증가했다.
한국지엠은 트레일블레이저의 북미 시장의 반응이 좋고, 현지 자동차 수요 역시 회복세로 돌아선 만큼 올해 비용 절감을 통해 본격적인 흑자 전환을 노릴 계획이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79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2년 이후 8년 만의 적자 전환이다.
르노삼성은 2012년 1721억 원의 적자를 거둔 뒤 이듬해부터 △2013년 445억 원 △2015년 3262억 원 △2017년 4016억 원 △2019년 2112억 원 등 줄곧 흑자를 유지했다.
지난해 매출은 3조4008억 원으로 전년(4조6777억 원)보다 27% 감소했다. 연 매출이 3조 원대로 내려온 건 2014년 이후 6년 만이다.
르노삼성의 적자 전환에는 급감한 수출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르노삼성의 수출은 2만227대에 그치며 전년보다 77.7% 급감했다.
3년 전만 해도 르노삼성은 닛산 로그 위탁 생산 물량을 연간 10만대 이상 만들어 수출했다. 전체 수출의 8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기여도가 높은 물량이었는데, 지난해부터 이 물량의 생산이 끝나자 수출 실적이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르노삼성은 로그의 빈자리를 신차 XM3로 채울 계획이었지만, 노사 대립과 코로나19 여파로 르노 본사의 물량 배정이 늦어지며 일정 기간 생산 공백이 불가피했다. 지난해 9월 르노 본사가 유럽 수출 물량의 생산을 르노삼성에 맡기기로 확정하며 수출 증대의 조건은 갖춰졌다.
지난달부터 XM3(수출명 뉴 아르카나)가 유럽에 본격 판매되기 시작하며 향후 르노삼성의 수출 실적도 점차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
르노삼성은 △전체 임원 수 40% 축소 △남은 임원 임금 20% 삭감 △모든 임직원 대상 희망퇴직 시행 등을 골자로 하는 ‘서바이벌 플랜’을 시행 중이다. 비용 절감과 수출 확대를 통해 르노삼성은 올해 전반적인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