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선진국’을 자처했던 한국이 졸지에 ‘방역 후진국’이 됐다. 인구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사망자 수, 치료병상 수 등 전반적인 지표는 여전히 양호한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지만, 백신 접종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에 머무는 상황이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20일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자가 전날보다 12만1234명 증가한 163만949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차 접종자는 누적 6만586명이다. 지난해 말 주민등록인구 기준 접종률(1회+2회)은 3.28%다. 국제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35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세계적으로도 한국보다 접종률이 높은 인구 100만 명 이상 국가는 60개가 넘는다.
백신 수급 불안도 이어지고 있다. 상반기 예방접종 대상은 1200만 명이지만, 도입이 완료됐거나 상반기 도입이 확정된 물량은 1808만8000회분(904만4000명분)이다. 2분기 접종대상을 축소하거나, 비축분 없이 1차 접종부터 해야 하는 상황이다. 2분기부터 각각 2000만 명분(4000만 회분)의 모더나, 노바백스 백신 도입이 예정돼 있으나, 아직 초도물량이 확정되지 않았다. 미국 우선 공급과 ‘3회 접종(부스터 샷)’ 등으로 수출량이 줄면 국내 공급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얀센 백신은 혈전증 유발 논란으로 미국에서 접종이 중단된 상태다.
그나마 방역 상황은 양호한 수준이다.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한국의 인구 100만 명당 확진자·사망자 수는 집계대상 221개국 중 각각 157위, 152위다. 다만 확진자 수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국내발생 529명 등 549명이다. 방역 관점에서 유행 장기화는 단기적인 확진자 증가만큼이나 부담스럽다. 방역조치의 ‘약발’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유행을 끝낼 수단은 신속한 집단면역 형성뿐이다.
권덕철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중대본회의에서 “국가 간 치열한 백신 도입 경쟁과 안전성에 대한 변수를 극복해 애초 계획돼 있는 백신과 곧 계약 예정인 추가 물량을 차질 없이 도입하고 접종하겠다”고 말했다.